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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찰은 일개 종교시설물이 아닌 민족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봐야한다.”
템플스테이 예산 및 전통사찰 방재 예산 삭감으로 정부·여당의 천박한 민족문화유산 인식이 문제되고, 이교도의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에 범어사 천왕문이 전소된 가운데 양산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이 이같이 밝혔다.
정우 스님은 12월 16일 통도사에서 봉행된 <영축총림 통도사 근현대 불교사> 출판 봉정식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KTX울산역의 통도사역 병기가 이웃종교 반발로 인해 무산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됐다”며 말을 꺼냈다.
스님은 “호국·구국으로 불교가 흔히 설명된다. 통도사도 창건 이래 1300여 년을 우리 민족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지내왔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 밀양 표충사가 승군을 훈련시키던 곳이었다면 통도사는 스님들이 직접 왜구의 침략에 맞서 싸우던 곳이었다. 그 결과, 통도사 대웅전을 비롯한 산내암자의 다수가 임진왜란을 전후해 손실됐다.
정우 스님은 “외침에 맞선 스님들의 활약에 앙심을 품은 왜구들의 보복으로 대웅전이 소실되면서 통도사는 50년 가까이 대웅전이 없던 시절도 있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일본강점기에는 통도사 주지였던 구하 스님이 통도사 대중과 통도중학생 등을 이끌고 항거하다 통도중학교가 폐교된 적도 있었다. 한국전쟁 때에는 국군통합병원에 준하는 규모의 야전병원으로 절을 내주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정우 스님은 “개산 이후 1300여 년 동안 민족의 어려움을 함께 하면서도 통도사에는 국보·보물 등 4만 여 점의 성보문화재가 있다”며 “1000년이 넘은 전통사찰이라면 종교를 떠나 민족문화의 보고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