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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냥 거시기 하죠잉. 엉뚱하게 받았어요.”
목소리만 들으면 ‘거시기’를 즐겨쓰는 100% 토종 전라도 할아버지다. 얼굴을 딱 들고 보면 ‘깜놀(깜짝놀란다)’ 자체다. 얼굴은 하얗고 눈은 투명한 남태평양의 바다를 담은 눈빛이 이글거리는 미국인이다. 조계종 포교원(원장 혜총) 제1호 명예국제포교사로 선정된 브라이언 베리(66, Brian A. Barry, 재적사찰 비로자나국제선원)는 수상 소감에 대해 “한 것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브라이언 베리는 12월 7일 한국불교역사문화에서 열린 조계종 국제포교사회 품수식에서 제1호 명예국제포교사 자격증을 수여했다. 암 투병 중인 그의 계획은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저에게 포교이자 수행은 탱화를 그리는 것이니까 계속 하고요. 또 번역활동도 그대로 하고요.”
브라이언은 투병에 대한 질문이 떨어지게 무섭게 “투병이 아니라 그냥 병 수행 한다고 생각해요. 어디 안 아픈 사람 있어요. 별것도 아니야”라며 마치 감기 걸린 사람처럼 이야기 했다.
특별한 수행이 있지 않고서는 내 병과 고통을 남이야기 처럼 하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브라이언은 “저는 이판사판에서 사판이에요(웃음). 참선을 많이 못하고, 수행이라고 해 봐야 탱화 그리는 것이 다거든요. 수행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밥 먹는 것, 잠자는 것 모두 수행이라고 생각해요”라며 거창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브라이언 베리는 미국 코네티커트 대학에서 1968년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1967년 평화봉사단으로 전북 부안 변산반도에서 한국의 모습에 매료돼 졸업 후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 때 그는 부안 사투리를 배워 지금도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한국에 정착한 브라이언 베리는 40여 년간 불교 미술 작품 제작과 번역을 바탕으로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알렸다.
미술 부분에서 공적을 인정받은 브라이언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한국문화관광부, 한국해외홍보관, 태국 방콕 마출라롱콘라쟈비다라야 대학교,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 링크해 직접 그린 달마도, 관세음보살도, 탱화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경전, 선지식의 법문 등을 영문으로 번역해서 놓고, 은사인 만봉 스님의 문하에서 불화를 공부하는 자세에 대한 설명 등도 함께 올려 널리 알리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하는 국제포교는 “기분 맞춰주기”라고 설명했다.
“국제포교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해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부터 시작하는 거죠. 지식을 전달하고 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보다 진실한 자세, 성의있는 자세로 몸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보다는 따듯한 관심과 자세, 마음을 다해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브라이언은 특별한 포교를 한다는 생각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한국불교의 특별한 것을 좋다기 보다 그의 삶은 불교와 탱화, 한국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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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브라이언 배리씨와 함께 학인 스님 4명을 포함해 30명의 국제포교사가 품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