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템플스테이 예산이 185억원에서 109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예산안에 대해 조계종은 졸속적ㆍ폭력적이라며 정부 지원 예산 전면 거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ㆍ여당 관계자의 사찰 출입 금지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MB정부 출범 이후 종교편향을 원인으로 계속돼 온 조계종과 정부의 갈등이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을 계기로 더욱 악화되게 됐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은 국회 예산안 통과 직후인 12월 8일에 이어 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종무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회의는 강경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가운데, 조계종은 정부ㆍ여당과의 공식적인 접촉을 모두 끊고, 정부ㆍ여당 관계자의 총무원 청사 접근도 막기로 결의했다.
특히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의 교역직 스님을 비롯해 차ㆍ팀장이 참여한 9일 긴급 확대종무회의에서는 정부의 템플스테이사업 예산 삭감에 대응하기 위해 ‘조계종 민족문화수호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에 총무부장 영담 스님을 위촉했다.
조계종은 민족문화수호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전국본사주지회의와 템플스테이사찰주지회의, 원로회의 등을 잇따라 개최해 종단의 강경한 입장을 적극적ㆍ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같은 날, 조계종은 ‘졸속적이고 폭력적인 국가예산안 통과를 규탄하며’ 제하의 성명서에서 한나라당의 국회 예산안 단독 통과를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종은 “‘화쟁위원회’와 ‘4대강사업국민적논의위원회’를 구성해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의를 도출할 것을 정부 당국에 요청해 왔다”면서 “4대강사업에 대한 정부안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채 새해예산안이 처리돼 불교계의 충정과 국민의 우려를 무참히 짓밟혀졌다”고 말했다.
또, “정부여당이 불교계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가진 ‘템플스테이’ 예산을 종교편향적 입장을 갖고 삭감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계종은 성명서에서 ▷정부지원 예산 전면 거부 ▷정부ㆍ여당 관계자 사찰출입 거부 ▷4대강 사업 반대 ▷전통사찰법 전면 폐지 ▷자연공원내 사찰 경내지ㆍ사찰림 해제를 촉구했다.
정부ㆍ여당의 날치기 예산 통과에 불교계에서는 성명서 발표가 잇따랐다. 대한불교청년회(회장 정웅정)는 12월 10일 성명서 발표에 이어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 1인 피켓시위를 시작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정부의 종교차별 종식 및 종교평화 확립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주경)는 ‘한나라당과 현 정부는 끝났다’ 제하의 성명서에서 “한나라당은 날치기 예산통과로 국민을 우롱하고 불교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도 지키지 않았다”며 “더 이상 한나라당과 현 정부에 대해 어떠한 신뢰와 기대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종교차별종식 특위는 ▷전국 사찰에 정부 비판 현수막 게시 ▷선거 등에서 여당ㆍ정부지지 철회 ▷불교행사시 여당ㆍ정부 인사 출입금지 등을 실천키로 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불교환경연대 등 12개 불교단체가 참여하는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성명서를 통해 정부ㆍ여당의 날치기 예산 통과를 비판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성명서에서 “현 정권 출범 이래 3년째 반복되는 날치기 폭거를 반복하며 국회의 존재의미 조차 상실케 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폭거를 기억할 것이며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며 “사사로운 이익을 앞세워 생명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현 정권과 거대 여당을 향해 강력히 맞서고, 온 국민의 힘으로 파사현정의 죽비를 내리칠 때까지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종책모임 보림회(회장 영배), 화엄회(회장 성직), 법화회(회장 정념)도 성명서를 내고 정부를 비판했다.
보림회는 9일 ‘장로 대통령은 민족문화를 말살해도 되나’ 제하의 성명서에서 “졸속적이고 폭력적인 국가예산안 통과를 규탄한 조계종 총무원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3년에 걸친 한나라당의 날치기 예산 통과는 집권여당의 비겁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MB정부 집권 하반기 핵심주제인 ‘공정한 사회’의 귀결은 날치기였다”고 비판했다.
화엄ㆍ법화회는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MB정부ㆍ한나라당과 소통을 않겠다”고 선언했다.
불교환경연대 지도위원 법응 스님은 “조계종은 그동안 정권에 대한 그릇된 정책과 식견으로 스스로 화를 자초해왔다”며 “종정 예하의 교시 등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위한 불교도 서명운동을 벌이자”고 촉구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무소속 의원모임도 “조계종단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며 “정부ㆍ여당의 비민주적인 폭거에 매섭고 강단진 모습으로 대처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도 “더 이상 불교계가 정치권에 유린되지 않고 불교계 사부대중이 함께 우리 고유의 민족문화수호와 불교자주권 확립을 위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의 강경한 분위기가 전해지자 9일 오전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정병국ㆍ조윤선 국회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한나라당), 조창희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하기 위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찾았지만 예방은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조계종은 한나라당의 실수 해명과 관련해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견지동 일대에서는 이번 템플스테이 예산안 파문과 관련해 국비 지원에 의존하는 조계종의 체질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정부가 불교문화 관련 지원에 있어 민원 해소 차원이 아닌 정책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는 한 불교계-정부간 갈등이 해소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