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님이 물었다. ‘마음’이 무어냐고. 방안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대답도 스님이 했다. 당신의 질문을 듣고 있는 그놈이 마음이라고. 노장의 질문과 대답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앉아있었다.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던 햇살을 구름이 거둬가고 스님은 다시 물었다. 동그란 원을 하나 그려 보이며 “이 원 안에 들어가도 30봉을 맞고, 들어가지 앉아도 30봉을 맞아야 한다면 어찌 하겠냐”고. 노장이 다시 답까지 했다. “그렸던 원을 지우면 된다.”고. 노장의 질문과 대답이 또 한 번 바람처럼 지나갔다. 동안거를 이틀 앞둔 법주사 총지선원 선방에서 우리는 그날 나뭇가지처럼 앉아있었다. 선방 벽에는 다가올 시간처럼 죽비가 걸렸고, 치열한 한 철은 또 시작됐다. 푸른 눈을 뜨고 걸어 나올 선지식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