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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수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남북 간에 적대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사적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펼치고 있다.
부처님은 국가 간 대치와 갈등상황 그리고 전쟁에 대해 어떻게 바라봤을까?
‘이 세상에 있는 적의(敵意)들은 결코 적의에 의해 멈추지 않는다. 그것들을 멈추게 하는 건 오직 무적의(無敵意) 뿐이다. 이는 옛날부터 내려온 법칙이다.’ <담마빠다>
허남결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교수는 최근 피터 하비 교수(영국 선더랜드대학교 불교학)의 저서 <불교윤리학 입문(An Introduction to Buddhist Ethics, 2000)>(씨아이알 刊)을 완역 출간했다.
책에서 피터 하비 교수는 초기경전인 빨리텍스트를 토대로 불교윤리를 인간과 자연의 관계, 경제, 전쟁과 평화, 안락사, 임신 중절, 성 평등, 동성애 등과 같은 현대적으로 중요한 쟁점들에 적용했다.
피터 하비에 따르면 부처님은 전쟁과 갈등의 문제에 대해 “살아 있는 존재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곳 어디에서나 그 원인은 소유에 대한 의식이다”며 물질적 궁핍을 갈등의 핵심적 원천으로 여겼다. 또한 부처님은 확고부동한 견해와 올바른 견해이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견해에 대한 집착이 야기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했다.
피터 하비는 “이러한 견해들에 대한 집착이 종교적ㆍ이념적 전쟁과 십자군 원정, 유혈 혁명, 가스 처형실 등을 초래했다”며 “실제로 20세기에 벌어진 수백만 명의 죽음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해 주는’ 특정 이데올로기에 집착한 사람들로 인해 야기됐다. 히틀러, 스탈린, 크메르루주와 각종 테러리스트들이 그들”이라고 지적했다.
피터 하비는 또 주요 이슈중 하나인 성 전환과 동성애자 등에 대해 불교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분석했다.
초기 불교경전에 따르면 사람의 성(性)은 삶을 윤회하는 동안 바뀔 수 있으며, 한 생애를 살아가는 동안에도 바뀔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율장에는 여성의 성징(性徵)을 가진 비구와 남성의 성징을 가진 비구니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처님은 두 경우 모두를 인정하고 있으며, 과거에 비구였던 비구니는 비구니의 계율을 따라야 하고, 비구니였던 비구는 비구의 계율을 따라야 한다고 간단히 말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부처님 당시 사찰 안에서 친밀한 우정은 받아들여졌던 반면, 동성애 행위는 일본 및 티베트의 비정규적 승려들 사이에서 좀 더 완화된 형태로 행해졌던 것을 제외하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터 하비는 “성적으로 기능장애를 가진 수동적 동성애자의 출가는 금지됐으며, 나아가 그와 같은 사람들이 갖는 현생에서의 정신적 잠재력은 제한된 것으로 간주됐다. 남방불교와 북방불교에서 일반인들 사이의 동성애 행위는 간혹 부도덕한 것으로 비난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동성애 행위를 한 사람들을 박해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무덤덤한 관용의 태도가 존재했었다. 중국에서는 보다 더 관대했고, 일본에서는 적극 옹호했었다”고 덧붙였다.
<불교윤리학 입문>은 10장으로 구성됐다. 1ㆍ2장은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불교윤리학이 도덕적 판단의 준거로 삼아야 할 경전적 토대와 여기서 나온 불교의 핵심가치인 윤회와 업, 환생, 무아, 팔정도, 오계(五戒) 등을 조목조목 되짚었다.
3장에서는 대승불교의 윤리사상을 4장에서는 인간 이외의 다른 존재들, 즉 자연세계 내의 다양한 생명들에 대한 윤리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책의 5~10장에서는 불교윤리학의 현대적 쟁점들에 대한 논의를 다루고 있다. 피터 하비는 5장에서 △세속인의 경제 윤리 △올바른 생계 △수입의 적절한 사용 △통치자들을 위한 경제윤리 등을 다루었고, 6장에서는 불교일반의 평화적 이미지와 어긋나는 전쟁관과 그 역사적 사례 등을 소개했다.
7ㆍ8장에서는 자살과 안락사 및 낙태와 피임 등 인간의 생명문제를 심도 있게 점검했으며 9ㆍ10장에서는 성평등과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피터 하비는 영국불교학회의 공동 창립자이면서 영국에서 최초로 ‘불교학’을 전공한 교수로 명성이 높다. 또한 그는 성공적인 인터넷 잡지인 <불교윤리학저널(Jourmal of Buddhist Ethics)>과 <현대불교연구(Contemporary Studies in Buddhism)>의 편집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 불교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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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결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대승불교권에서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사회변화는 빠른데 야기되는 이슈에 대해 불교의 대응은 늦다. 장기이식, 뇌사, 미혼모, 안락사 문제에 대해 가톨릭, 개신교에서는 교단적 노력을 하는 반면 불교는 소극적이다”고 지적하며 “<불교윤리학입문>이 불교윤리라는 주제 담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