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종회의장 보선)는 지난 제 185회 정기종회에서 채택된 불교폄훼에 대한 성명서를 11월 23일 발표했다.
중앙종회의 이번 성명서는 11월 16일 정기종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돼 자구수정을 거쳐 이날 발표됐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들은 ‘한국사회를 위기로 몰아가는 불교 폄훼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불교폄훼는 황당함과 안타까움을 넘어 대다수 국민의 불안과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봉은사 땅 밟기, KTX울산역 통도사 명칭 삭제,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동화사 폄훼와 불교관련 정부지원 및 협력사업에 대한 도발, 울산 4대 사찰 땅 밟기 등 점점 누적되어 가는 현안의 문제로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의 길로 가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중앙종회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각 종교 지도자들의 종교평화를 위한 실천과 정부의 종교화합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강조했다.
종회의원들은 “종교인들은 반복되는 유사의 사건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실천과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회의원들은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구체적인 정책과 지침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이러한 현상을 유발 또는 방기한다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한편, 제 185회 정기종회에서는 ‘정부의 종교차별 종식 및 종교평화 확립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주경)가 구성됐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한국사회를 위기로 몰아가는 불교 폄훼에 대한 성명서
오늘날 다종교 다문화의 시류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현재를 함께하는 모든 국가와 인류의 전반적인 경향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한국사회가 세계의 흐름을 주도해가는 이 시대에 상생의 종교문화를 실천하는 것은 유구한 민족문화를 성숙시켜오며 다종교를 포용해왔던 우리민족의 원력이자 실천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불교폄훼로 표출되는 최근의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현상은 황당함과 안타까움을 넘어 대다수 국민의 불안과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종교의 역사와 함께 형성된 종교문화는 인류와 함께 시간을 같이 해왔습니다. 각각의 종교문화는 그 신도들을 행복하고 화합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왔고, 서로 다른 종교와 종교인들도 인류의 행복과 화평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화합해야 합니다. 하지만 타종교에 대한 일련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사건들은 인류문화가 추구해온 근원적 종교의 역사를 등져버리는 편협하고 극단적인 종교적 신념으로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종교는 인류문화가 생성해 온 중요한 자산이며 의지처입니다. 마치 전체의 의사를 대변하는 듯이 잘못된 개인의 신앙관에 기준하여 이웃종교에 대해 도발적인 행동을 하고 우월의식을 표출하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을 벗어난 행동입니다. 인류역사가 담보하는 종교문화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일이며, 자신이 신앙하는 종교조차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봉은사 땅 밟기, KTX울산역 통도사 명칭 삭제,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동화사 폄훼와 불교관련 정부지원 및 협력사업에 대한 도발, 울산 4대 사찰 땅 밟기 등 점점 누적되어 가는 현안의 문제가 우리 사회를 갈등과 분열의 길로 가게 해서는 안됩니다. 일부 편협한 종교인들의 상식과 이성을 넘어선 돌출적인 주장과 행동이 국민들에게 종교 갈등으로 비춰지고 국가적 근심거리가 되는 것을 우리 불교도들은 크게 심려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종교적 신념과 이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성직자와 종교인들은 반복되는 유사의 사건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야 하는 지도자로서의 실천과 행동을 망설여서는 안됩니다. 자칫 저 다른 나라의 전쟁과도 같은 종교분쟁이 이 땅에서도 발생할까 심히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자신이 신앙하는 종교의 가르침만이 절대적이라 여기는 것은 오히려 보편적인 신앙의 존엄성과 종교의 본연을 왜곡하는 억측이자 편견임을 똑바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정부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종교화합을 위한 정책과 지침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이러한 현상을 유발 또는 방기한다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의 모호한 태도와 일처리가 작금의 종교문제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 이상 이렇게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종교평화와 국민화합을 위한 공평무사하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종교 지도자는 순수한 신심과 용기를 가지고 그릇된 종교관을 바로잡아야 할 종교적 책임과 의무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자기 종교를 넘어서서 모든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보편적인 관용과 포용의 정신이 현실에서 온전하게 구현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편협하고 그릇된 신앙에의 몰입과 행동표출이 인성마저 훼손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지도자들과 신심이 깊은 종교인들은 종교에 의지하는 모든 이들이 종교를 통해 고통을 극복하고 보다 선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투쟁과 분열을 통해 힘을 키우고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은 외도(外道)이고, 이단이며, 사탄에 다름 아닙니다. 잘못된 종교적 신념 때문에 부질없는 갈등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종교평화가 인류의 소중한 상생의 자산이자 가치임을 모든 사람들이 자각하고 실천하기를 진정으로 결의하며 발원합니다.
불기2554년 11월 16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