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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대한불교조계종 무문관입니다. 지금 각 방에는 단기 3개월 장기 6년간 묵언으로 방문출입을 하지 않고 하루 일종식으로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이 계십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그 어떤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으니 물음이 계신 분은 백담사 주지 스님을 찾아가십시오. <중략> 대한불교조계종 무금선원 선원장 합장”
지난 해 11월이었다. 동안거 결제 하루 전날 백담사 무금선원. 법납 20년이 넘는 구참 스님들이 선방 문틈에 문풍지를 바르고 있었고, 선방 흑벽엔 위와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겨울이 되어가는 설악산 골짜기로 산새소리가 날아들고, 방부를 들인 스님들은 문 없는 문을 닫아걸었다. 닫힌 선방 문 위엔 ‘무금’이라고 쓴 편액이 시계처럼 걸리고, 흐르지 않는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