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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617~868)와 의상 대사(625~702)는 한국불교사상의 기반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효 대사는 화쟁(和諍)을, 의상 대사는 무주(無住)사상을 강조했다. 이 둘 사상은 개별 존재들의 현상적 차이를 넘어 전체적 통합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그런데 이 둘의 사상이 지금까지는 개인적인 천재성 혹은 중국의 삼론학 사상의 수용에서 비롯돼 왔다고 이해돼왔다.
그러나 최근 최연식 교수(목포대 역사문화학부)가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문헌인 <대승사론현의기(大乘四論玄義記)>를 교감해 원효ㆍ의상 대사의 사상이 백제의 삼론학으로부터 영향 받았음을 증명했다. 한국불교사상이 중국불교를 모방한 것이 아닌 독자적으로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청송장학회(이사장 소광희)는 제4회 청송학술상 수상자로 최연식 교수를 선정하고 11월 6일 시상식을 및 수상기념 강연을 열었다.
심사위원회는 “최연식 교수는 화엄과 선을 중심으로 한국 불교사상의 전개과정을 주변 국가의 불교계 동향과 관련해 검토함과 동시에, 한국 고대와 중세의 고문서 및 금석문에 대한 연구 등을 활발하게 진행해왔다”며 “특히 <대승사론현의기>(불광출판사 刊)는 백제 승려 혜균(慧均)의 삼론학 저술을 판본 대조를 통해 복원한 것으로 한국불교사상사의 기술이 일부 수정돼야 할 정도로 의미 깊은 성과를 산출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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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기말 편찬된 <대승사론현의기, 이하 사론현의>는 삼론학의 사상뿐 아니라 당시 백제에서 삼론학파와 대립하고 있던 여러 사상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6세기 중국의 유력한 학파인 성실학(成實學)과 지론학(地論學), 섭론학(攝論學) 등이 모두 비판의 대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백제 불교계에서 이들 학파의 사상에 대해 숙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뜻한다.
특히 7세기 중엽에 활동한 원효ㆍ의상대사가 공부한 삼론학은 <사론현의>의 영향을 받았다. 최연식 교수는 “<사론현의>를 공동작업한 독일 보쿰대 삼론학 전문가인 플라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원효 대사의 <열반경종요>는 불성(佛性)에 대한 앞 시기 사람들의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사론현의>의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상 대사는 삼론학을 사상적 기반으로 삼았는데 그가 강조한 무주(無住)는 <사론현의>에서도 여러 차례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론현의>를 기반으로 한 두 선사의 사상은 고려 대각국사 의천과 보조국사 지눌의 선사상 체계화와 조선시대 서산대사의 선교겸수(禪敎兼修)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최 교수는 “그동안 한국 불교사상은 독자성 유무로 의심받아왔다. 식민지시대 일본 학자들은 한국의 불교사상이 중국 불교를 흉내 냈다고 폄하했고, 일부 서양학자들도 한국의 불교사상과 중국의 불교사상 사이에 아무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원효ㆍ의상 대사의 이론은 독자적이며 이들의 사상은 오히려 중국과 일본의 불교사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최근 원효 대사의 사상이 중국 화엄종의 사상과 일본 중세 불교사상의 형성에 미친 영향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는 것이 그 예다.
또한 최 교수는 “통일신라시대의 원효ㆍ의상 대사는 당시 한국사회에 소개 된 삼론학을 충분히 수학한 위에 백제에 찬술된 <사론현의>를 기반으로 그들의 사상을 형성했고, 새롭게 중국에서 전개된 불교 사상들을 능동적으로 수용했다”며 “이들의 사상이 이후 한국 고대와 중세 불교사상의 기반이 됐다고 이해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