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신교의 불교폄훼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도를 높여가며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어 불교계의 지혜로운 대응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큰 시점이다.
이 같은 대외적인 환경은 취임 2년차를 맞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난제로 보인다.
자승 총무원장은 10월 27일 김황식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 배석한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박 차관은 개신교계의 불교 폄훼가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자승 스님은 박 차관에게 “개신교 단체의 압력에 의해 예산이 축소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소수 극단자의 행위로 치부하면 우리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총무원장스님이 주무부처 차관을 질타했던 이날의 분위기는 개신교의 불교폄훼에 대한 대처를 정부ㆍ국회에 미루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1월 12일 성공회 김근상 주교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가칭)‘증오방지법’ 제정을 제안했다. ‘증오방지법’은 미국의 증오범죄처벌법과 혐오범죄방지법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ㆍ제정하자는 법이다. 종교적 갈등을 범불교도대회 개최 등의 그간의 해법이 아닌 법제정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제33대 집행부의 전략을 드러낸 발언이기도 하다.
제32대 집행부에서 총무부장을 지낸 원학 스님은 “개신교의 불교폄훼가 심상치 않다”며 “종단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교갈등을 ‘증오방지법’이라는 법제정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제33대 집행부의 전략은 자칫 소극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는 종단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종단구성원에게 자승 총무원장이 정부와 국회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15대 중앙종회 선거로 자승 총무원장이 종단 내 구성원의 역량을 모으기에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많다.
자승 총무원장의 권력기반인 종책모임 화엄회는 제15대 중앙종회에서 전체 81석 중 28석을 차지하며 거대 종책모임으로 급부상했다. ‘변화’와 ‘안정’을 요구한 표심은 초선의원 다수 배출을 통한 세대 물갈이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기반인 화엄회의 의석을 제14대 종회 대비 5석 가량 늘렸다.
거대 종책모임 화엄회의 탄생은 보림회 무차회 무량회 등 계파간 연대와는 별도로 자승 총무원장에게 강한 추진력을 제공할 것은 자명하다. 이를 통해 취임 2년차에는 승가노후복지, 승가교육개혁, 종단 재정확충 등 종단 현안들이 진행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기반 강화는 자승 총무원장의 리더십까지 강화시키고 있다. 지난 1년간 강한 리더십을 요구받아 온 자승 총무원장은 집권 2년차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총무원장 스님은 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한국불교 세계화와 종단 재정 확충 의지를 표명했다. 종단 소임자에게는 공심(公心)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월례조회는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과 불교신문사,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등 200여 산하기관 종무원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로 사실상 취임 2년차의 비전을 밝힌 자리였다.
이날 자승 총무원장은 “개신교의 불교폄훼가 위험스러운 부분까지 온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한국불교는 우물 안 개구리 정도가 아니라 큰 산의 조그만 샘에서 물이 흐르는 정도였다. 해외사찰의 포교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등 자극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미국 방문시 개최의사를 밝혔던 ‘2013 세계종교지도자포럼’을 언급할 때는 “개최키로 마음을 굳혔다”는 강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특히 총무원 국장들을 상대로는 공심을 거듭 강조했다. 총무원장스님은 “종책모임의 심부름을 해서는 안된다.” “종책모임이나 정치에 휩쓸리지 말고 종단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스님은 종책모임보다 종단의 이익을, 본사 이익보다도 종단의 이익을 강조하며, “(공심이 실현되는 종무행정을 위해서라면) 일반직 종무원을 국장으로 발탁하거나 국장의 공채를 검토하겠다”고까지 밝혔다.
달라진 자승 총무원장의 행보가 지난 1년간 안정의 기반을 닦은 조계종을 도약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