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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최고의 달변가 김제동 씨. 한때 승승장구하며 방송 생활을 하던 그를 요즘은 강단에서 더 자주 보게 된다.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추모공연 사회를 맡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쌍용차 사태 등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면서 그의 언동에 딴지를 거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김제동 씨가 트위터에 올린 몇 줄의 문장과 사진은 대부분의 언론매체에서 쏠쏠한 기사거리가 되고 있고, 사회에 큰 파급효과를 부르고 있다.
특유의 입담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김제동 씨가 11월 2일 평화재단(이사장 법륜) 청년 열린아카데미를 찾았다. ‘우리 세대의 엣지나는 사랑학’이라는 주제 안에서 그는 사회의 문제와 인생의 문제 등에 대해 풀어나갔다.
이날도 역시 그는 웃음으로 이야기를 풀고, 감동으로 이야기를 마감했다. 이날 진행된 강의는 영화배우 김여진 씨와 김제동 씨가 문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제동 씨는 영화배우 송윤아에 대한 사랑이야기부터 진정한 사랑과 우정, 가족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좌중을 폭소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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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88만원 세대라는 것도 관습 같은 것이다. 스스로 깨어가라. 그 말도 기성세대가 지은 것이다. 그들에게 욕을 퍼부어라. 요즘 “애들은 안 돼” 라는 말을 듣지 않은 사람은 단군 할아버지뿐이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중심임을 잊지 말라. 관습을 깨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다.
친구란? 친구란 두 개의 신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 나의 고통을 자기 등에 짊어진 사람이다. 그래서 사랑처럼 짜증나는 것이기도 하다. 친구는 오래보지 않아도 끌리는 사람이다. 친구와는 갈등 해결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만날 사람들은 또 만나게 돼 있다. 불경에‘사랑도 하지 말고 미워하지 말라’ 했다. 사랑이나 미움의 감정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함몰되지 말라는 뜻이다. 편한 친구는 나중에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다. 많은 친구를 만들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가지지 말라.
인맥관리는 없다. ‘인맥’ 다음에 ‘관리’가 있다. 인맥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인데도 관리라는 경영적 요소가 들어갔다. 어떤 친구를 찾아 사귀기보다 그런 친구가 되도록 본인이 노력해 보라. 굳이 돌아오는 것이 없어도 ‘나 한번 사귀어봐, 나 되게 좋은 놈이다’하면서 .
친구를 사귀는 법은? 연민이다.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잘 나가는 사람에게도 연민의 마음을 가져보라. 이승엽 선수가 돈으로 따지면 뭐가 불쌍하겠는가. 그런데 어묵 먹는 것 보면 불쌍해서 사주고 싶다. 수백억이 있어도, 어떤 지위에 있어도 짠한 마음이 드는 것이 연민이다. 아는 것,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연민이다.
꿈이란? 스파이더맨에 되고 싶은 아이가 벽을 타고, 거미줄을 쏴보고, 거미한테 물려도 보고, 이게 잘못인가? 그 아이가 스파이더맨을 꿈꾼다고 어긋나지 않는다. 우주선을 꿈꾼 누군가가 우주선을 만들 듯이.
자신의 꿈은? 내 꿈은 사회자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물에 때묻지 않는 연꽃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회를 볼 때면 이런 상태가 된다. 이 상태를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 무덤 앞에는 비석 대신 마이크를 놓고 “죄송합니다.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네요”라고 새겨서.
가족이란? 가족은 가장 큰 축복이자 가장 무거운 짐이다. 때론 가족이 싫다. 하지만 내가 방송을 그만 두려고 했을 때 어머니가 “옛날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방송에 나왔는데 이제는 여기를 틀어도 안 나오고 저기를 틀어도 안 나온다” 고 하면 짜증난다. 하지만 그게 가족인 것 같다. 가족은 내 삶의 근원이 됩니다. 또 우리 엄마 땜에 방송해야 한다.
나라에 대해서는? 난 사랑하지 않는 정부를 가진 적은 있지만 사랑하지 않는 조국을 가진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