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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궤 반환에는 일본의 과거사 인정 담겨”
반환운동 펼쳐온 김의정 회장ㆍ혜문 스님
일본 정부가 조선왕실의궤 등 반출된 우리 문화재 1205점을 돌려주겠다고 11월 8일 밝힌데 대해,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김의정 공동대표(조계종 중앙신도회장)와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처장 혜문 스님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김의정 공동대표와 혜문 스님은 4년 여를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위해 진력한 당사자이다.

김의정 공동대표는 “이번 의궤 반환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담겨 한국으로 돌아오는 형태”라며 “과거사에 대한 지적 없이 2006년 기증 형식으로 돌아온 <조선왕조실록>과는 분명히 다른 진전이다”라고 평가했다.

혜문 스님은 “조선왕실의궤 반환은 민간 차원의 문화재 반환운동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 예”라며 “조선왕실의궤가 반환 사실도 기쁜 일이지만, 그동안 반환을 위해 마음을 보태준 한국ㆍ일본인들의 노력도 함께 조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왕실의궤 반환은 한일 양국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남북 불교계 등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이 혜문 스님의 설명이다.

김의정 공동대표는 “처음 반환 운동을 시작했을 때 정부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서운한 적도 있었다. 일이 성사될 무렵에는 갑자기 큰 관심을 보여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김 공동대표는 “조선왕실의궤 반환운동을 펼치면서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빛이 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해왔다”면서 “서울대 규장각이 약속과 달리 <조선왕조실록>을 국민에 공개하지도 영인본을 발간하지도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혜문 스님은 “이번 반환을 두고 일각에서 ‘제실ㆍ경연도서 등이 제외됐다’는 점을 문제삼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 도서에 대해서는 우리가 유통경로를 입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반환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스님은 “조선왕실의궤의 반환을 위해서는 환수위가 4년 여 활동을 통해 일본 외무성에 지속적인 노력을 했고, 국회결의안도 2회나 채택했다. 반환 논의가 단 한차례도 없었던 제실ㆍ경연 도서의 반환이 성사될 것은 무리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환수위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는 제실ㆍ경연도서가 10만 여권 남아있다. 환수위는 이들 도서가 문화재적 가치도 그다지 높지 않고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환수위는 8일 국회에 ‘일본 궁내성에서 되찾은 의궤 국보지정 청원’을 제출했다.
혜문 스님은 “조선왕실의궤의 역사적 의미에 무게를 실어 국보로 지정해 달라는 취지에서 청원을 했다”고 말했다. 조선왕실의궤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일본 정부가 반환 의사를 밝힌 조선왕실의궤는 이명박 대통령과 칸 나오토 총리가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문화재 반환 입장을 재확인한 뒤, 협정(조약)을 만들어 양국 의회의 비준 절차를 거친 후에야 가능하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는 이들 문화재 반환은 사실상 어렵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2일 일본 에지마 고도(江島孝導ㆍ교토 류간지龍岸寺 주지)가 16세기에 조성된 보물급 대형 불화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이 불화와 조선왕실의궤 등 문화재가 되돌아와도 일본에는 6만 여점의 우리 문화재가 더 남아있다.
조동섭 기자 | cetana@gmail.com
2010-11-09 오후 3: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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