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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위로 낙엽이 쌓이고 있었다. 상왕산 개심사. 가을을 보러 온 사람들이 연못을 지날 때마다 낙엽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내려와 잠겼다. 떨어진 낙엽 위엔 앙상해진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어른거렸고, 멀리서 울던 산새는 가지를 옮겨 앉았다.
가을엔 자연도 자연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연못에 떨어진 낙엽은 떠나온 가지를 볼 수 있었고, 가지를 옮겨 앉은 산새의 눈엔 떠나온 숲이 보였다. 자연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있었다.
몇 해 전 가을. 개심사 연못은 시를 써낸 눈동자처럼 깊었고, 쌓이는 낙엽 사이로 하늘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도 자신을 바라보는 가을. 한 번 쯤 우리도 우리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