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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는 길일까. 문도 없는 문빗장이 길을 막고 있었다. 눈물이 고이듯 가을바람엔 꽃냄새가 차올랐고, 찾아간 절집의 한편엔 망설이는 길이 하나 있었다.
길을 물리고 돌아섰다. 내가 닫아 건 빗장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 빗장은 내가 닫아 건 것이 됐다. 그 동안 그렇게 살아온 것은 아닐까. 가는 길마다 스스로 빗장을 닫아걸고……. 작년 가을 갑사에서 그렇게 문 없는 문 앞에 서서 망설였던 적이 있었다.
이제 한낮의 뜨거웠던 태양이 기억나지 않고, 거목을 넘어뜨리던 태풍도 기억나지 않는다. 지나간 계절이 그렇게 시험 끝난 책상처럼 비워지고, 지나간 사진 한 장은 지나간 계절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갑사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 그 망설이던 길 앞에 다시 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