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도입 2400명 목표…고작 400명 자격 취득
“신심으로 봉사하라는 자세 벗어나야” 쓴소리도
조계종 포교원은 2006년부터 어린이ㆍ청소년 포교활성화 3개년 계획에 따라 4대 중점사업을 시행했다. 그중 하나가 ‘지도자 양성 및 관리’다. 이에 따라 포교원은 지도자들에게 긍지와 자부심,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2007년부터 어린이ㆍ청소년 지도사 자격고시를 시행했다.
하지만 시행 3년째를 맞아 교사들은 자격증의 필요성에 대해 반문하고 있다. 자격증이 없어도 법회를 이끌 수 있고, 자격증을 소지한 지도사들이 일반 유치원이나 불교계 유치원 등에 취업을 하는데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포교원은 2006년 3개년 사업 발표를 통해 어린이ㆍ청소년 지도자를 1084명에서 2400명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단법인 동련의 조사에 의하면 어린이지도자는 2010년 9월 기준으로 1408명이다. 목표치에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 중 불교어린이지도사 자격을 갖춘 이는 262명에 그친다. 불교청소년지도사는 2008년에는 116명이 자격을 취득했지만 다음해에는 대폭 줄어 37명이 자격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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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되는데 자격증 굳이 필요한가?
10월 23일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은 ‘불교 어린이ㆍ청소년지도사 육성 및 활동 방안’을 주제로 제43차 포교종책연찬회 개최했다. 포교연구실장 정호 스님은 연찬회에서 “종단차원의 어린이ㆍ청소년지도사 육성을 위해 자격고시, 각종 지도자 연수를 진행했지만 자격제도 및 관리에 한계점과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며 포교원 관계자 및 현장 지도자들에게 지도사의 전문적인 활동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김광호 동련 대한불교교사대학 부학장은 주제발표 ‘불교 어린이 지도자 육성 및 활동 방안’에서 “불교어린이지도사 자격증에 대한 필요성을 지도자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는 굳이 종단의 자격증이 없어도 무관하고, 자격증에 대한 교사 우대나 혜택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린이법회 지도교사의 평균 활동기간이 2년 안팎이라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관심을 가지고 하다가도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오래 버티기는 힘들다. 자격증 없이도 잘 할 수 있는데 번거롭게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고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자격 소지자에 대한 우대나 혜택이 너무 미비하다는 것. 자격증의 기능도 못하고, 불자로서 자긍심도 주지 못하게 되면서 종단 자격증은 지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조한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사무국장은 2008년 도입된 불교 청소년지도사 자격제도에 대해서 “출발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종단의 청소년 포교에 대한 목표와 전략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된 점과 제도가 안착할 수 있는 지원제도 및 지도내용 등의 제반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조 사무국장은 “더 심각한 문제는 배출된 청소년 지도사에 대한 인력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청소년 지도사들의 활동 정보와 인력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단 지원 교사 적극성 높여야
조 사무국장은 자격고시 응시자격에서 ‘종단 포교원에서 지정한 청소년지도사 양성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의 규정 등 자격 요건을 강화, 종립 대학의 정규학과 및 대학원에 청소년 지도학과를 개설, 포교원 인가 신도전문대학에 청소년지도자 과정을 개설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조 사무국장은 현재 청소년 포교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요즘 청소년들을 무엇으로 어떻게 포교하고 교화할 것인지가 구체화돼 있지 않고 설령 있다하더라도 개별 사찰마다 다르고 지도하는 지도자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지도교안과 지침이 없는 청소년지도사 제도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광호 부학장은 대안책으로 “폭넓은 자격 조건과 선별 조건이 병행돼 고시 시행방법을 연구해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 교육에 남다른 교육 열정을 지닌 저명인사 및 불자에 대한 무시험 전형 등 다양한 방법과 기준을 통해 선발하자고 했다.
또 “더 이상 어린이 지도자들을 신심에 의존하며 봉사하라는 자세를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라며 어린이포교기구의 활성화, 재정적 지원 등 종단차원의 지원과 함께 교사의 적극성도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대성 삼선포교원 총괄간사는 어린이 청소년법회 교사들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간사는 “과연 지도자가 자신을 봤을 때 법회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공부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먼저 묻고 싶다. 종단과 사찰, 사찰과 법회, 법회와 지도자 간 긴밀하게 하나의 고리로 움직여야 할 대상들이 각자의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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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원, 인사고과에 어린이청소년 지원 반영
포교원 어린이청소년 팀은 연말까지 지도사 자격증에 대한 문제 개선에 나선다. 제도적인 부분과 실질적인 지원, 혜택에 관한 부분이다. 제도만으로는 보장할 수 없는 부분을 고려해포상제도 등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포교원 어린이청소년 전창훈 팀장은 “주지 스님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이라는 부분에서 앞으로 주지 인사고과제도에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하는 주지에 대한 반영하고, 실무자 연수교육에서 주지 스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강좌도 마련한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진행된 어린이?청소년 관련 투자는 고무적인 움직임이 많았다. 하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결과를 낳을 때도 많았다. 오랜 공백기에서 비롯된 허기를 단 시간에 해결하기 위한 폭식과 같은 투자도 있었다. 문제 해결에는 선택과 집중, 지속성에 있다.
포교원은 2006년부터 3년간 운영해온 어린이ㆍ청소년팀을 해체하고, 2011년부터 어린이청소년위원회를 통해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종단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대성 삼선포교원 총괄간사는 “어린이청소년위원회가 현장의 지도자들에게 얼마나 피부에 와 닿는지 모르겠다. 어린이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도 종단에서는 심사숙고했지만 한 장의 자격증에 불과했다. 과연 앞으로의 정책이 현실에 반영되는 것에 대한 반신반의하는 지도자들이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