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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두 번은 울어야 한다. 숲에 가을이 있듯이. 그날 만난 가을 풍경이 그렇게 말했다.
작년 가을 김천 직지사. 해마다 오고 가는 가을이지만 그토록 선명하고 짙은 풍경은 오랜만이었다. 단풍은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리고, 도량을 찾은 이들은 모두 낙엽 위를 걸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산새소리가 계절을 더했다. 아스팔트길에서 걸어온 발자국들은 낙엽 위에서 무너졌고, 모래시계는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얼마나 더 많은 가을이 오고 가야 낙엽 위에서 무너지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가을을 보내야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울 수 있을까. 저녁 범종이 울고, 낙엽 하나가 행자 고무신에 묻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