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총무원과 갈등을 빚어 온 봉은사 직영문제에 관해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님은 10월 24일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 직후 ‘중재안 수용여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화쟁위와 총무원 결정을 수용하겠다. 더 이상 봉은사 직영에 관해 관여치 않겠다”고 말했다.
주지 재임에 대해서도 “화쟁위 결정을 따르겠다. 털게든 꽃게든 다 받겠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일요법회에서 위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스님은 “지난 금요일 저녁 도법 스님을 비롯한 화쟁위원회 스님들과 함께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그동안 갈등을 빚고 수행자답지 못한 격한 말을 사용한데 대해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명진 스님은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마음 고생한 봉은사 신도들과 종도에게 다시 한번 사과하고 참회한다”며 “총무원장 스님도 봉은사 대중과 소통하지 않고 성급히 직영한 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 총무원장 스님께서는 앞으로 남은 문제에 대해서도 봉은사 대중과 상의해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겠다. 불교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데 봉은사가 앞장 서 달라고 당부하셨다”고 전했다.
스님은 이날 “투명한 재정운영과 신도들이 참여하는 공개살림이 정착돼 한국불교를 바꾸는 희망의 불꽃으로 널리 퍼지길 바란다. 희망의 불꽃을 피우기 위해 자승 스님과 함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치겠다. 또 총무원 입장을 받아들여 힘을 합치겠다”며 총무원 결정에 협력할 것을 분명히 밝혔다.
| ||||
#“개신교계 불교폄훼 잇따르는 이때 불교계 내분은 옳지 않다”
스님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최근 개신교계의 잇따른 불교폄훼 활동을 들었다. 스님은 기자들에게 “불교계가 어려움을 겪는데 내 입장을 고수해 불교계가 분쟁을 겪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일요법회에 앞서서는 강남지역 일부 교회 청년들이 제작한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이 상영됐다. 이 동영상은 개신교 청년 신도들이 봉은사 대웅전에서 기도를 하고 “서울 도심에 이렇게 큰 사찰이 있는 것은 옳지 않다. 우상이 너무 많다” “우상은 무너지고 하나님의 땅이 되도록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사찰이 무너지도록’을 기도한 부산 연합부흥회 장면과 이명박 대통령의 부흥회 개최 축사 영상, 고의적 훼불 논란이 일고 있는 낙동강 마애불 천공 사건의 사진도 소개됐다.
명진 스님은 “불교와 기독교의 종교 대립까지 발생한다면 한국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처하게 된다”며 “봉은사 파괴를 주장하는 청년회의 담임 목사들에게 언제든지 종교갈등을 풀기 위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개신교계의 반대로 무산된 울산역 ‘통도사’ 병기와 팔공산 역사테마 공원 사업, 템플스테이 예산 저지운동 등을 들며 “개신교계가 영적 전쟁을 선포할 정도인데 불교계 대응이 미약해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끝으로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통령은 불교신자나 기독교신자의 대통령이 아니다. 대통령이라면 갈등을 줄이고 국론을 통합해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며 “그동안 법회에서 했던 말 중 섭섭했던 점이 있다면 ‘수행이 덜 된 중이 그러는구나’하고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여 달라. G20 코엑스 행사에서 봉은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차 한 잔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 |||
한편 봉은사 경내에는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철회 △명진스님 주지 연임을 주장하는 봉은사를사랑하는신도일동 명의의 유인물이 게시돼 눈길을 끌었다.
한 봉은사 신도는 일요법회 직후 명진 스님과 기자들과의 대화 중간에 “명진 스님, 봉은사 사부대중을 생각하셔야 합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