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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국경 넘는 티베트인 이야기
'굿바이 티베트' 마리아 블루멘크론의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 뒷이야기




우리가 맘 편히 한가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 어느 누군가는 목숨을 건 여정을 시작한다. 매년 3000여의 티베트 사람들은 그것도 한 겨울, 흰 눈이 덮힌 히말라야를 넘으며 목숨과 사투를 벌인다. 그들이 히말라야를 넘는 이유는 자유와 희망을 찾아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다.

1950년 중공이 티베트를 침공한 후, 티베트는 중국 당국의 강요에 의해 중국의 종주권과 티베트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17개 조항의 협정안’을 체결했다. 이후 중국군의 동부 티베트 지역 탄압과 달라이 라마의 신변문제 등으로 달라이 라마와 그를 따르는 티베트인들은 인도로 망명길에 오르게 됐다.

달라이 라마는 인도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 정부를 설립하기에 이르렀고,그 후 티베트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낲선 망명지로 길을 나섰다. 티베트는 더 이상 그들에게 아름다운 조국도, 내일의 행복을 보장하는 땅도 아니었다.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자유의 땅 인도 달람살라에 도달하려면 1달여를 눈과 빙벽을 뚫고 걸어야만 한다. 그렇게 고향을 떠나는 피란민들의 여정은 책을 읽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낮에는 중국 경찰의 감시를 피해 바위 아래서 눈을 붙이고, 밤에는 어둠 속을 헤쳐 설산을 넘어야 한다. 대체로 피란민들은 경계가 상대적으로 덜 삼엄한 한겨울에 망명길에 오르는데, 혹독한 추위 속에서 목숨을 잃기도 하고, 동상으로 손발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혹여 중국 경찰에 걸리게 되면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이렇게 피 말리며 티베트와 네팔 사이에 위치한 국경을 넘는 이들의 반이 어린아이들이라는 사실이다. 부모들은 자식이 조금이나마 더 인간답게,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이별을 택한다.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른 채 세상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로 자식을 떠나보낸다. 티베트에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혹독한 추위에 지쳐 죽은 어린이들이 만년설에 남겨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굿바이 티베트>는 저자인 마리아 블루멘크론이 티베트 망명자들과 함께 히말라야를 넘으며 쓴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의 완결이자 뒷이야기다. 배우 출신이자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작가인 저자는 희망을 찾아 피란길에 오른 어린아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가이드해 주는 켈상 직메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여러 날 동안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먹여야 합니다. 피곤해 하면 업어 주고 특히 아이들 신발이 눈에 젖지 않도록 살펴야 합니다. 부모 생각이 나서 울면 다독거려야 합니다. 밤이면 바지에 오줌 싸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이들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잘 지켜봐야 합니다. 힘들지만 수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일은 좋아해야만 할 수 있습니다.”(본문 16쪽)

‘굿바이 티베트’라는 말은 중국 경찰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난 켈상 직메가 고국 땅을 떠나며 나지막이 속삭인 인사말이다. 또한 국경을 넘어 자유를 찾아가는 모든 티베트 피란민들이 조국에게 건네는 인사말이기도 하다.

책은 민감한 국제정치 사안과 맞물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티베트 정치 상황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다만 눈보라를 헤치고 죽음의 국경을 넘는 티베트사람들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 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인물과 장소가 등장하지만 인물들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문학적으로 가공해 티베트 사람들이 받아 온 억압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굿바이 티베트|마리아 블루멘크론 지음|김화경 옮김|하얀연꽃 펴냄|1만3000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10-22 오전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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