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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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이가 모여 ‘HAPPY WORLD TOGETHER’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
이어달리기 마지막 바퀴에서 역전으로 우승을 차지한 캄보디아 선수가 두 선을 번쩍 들어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둥~둥둥둥~!”
응원소리가 심상찮다. 전통 북에 응원막대, 응원수술 등이 총출동됐다. 부부젤라 저리가라다. 마이크 스피커에서 나오는 진행요원의 음성도 들리지 않았다. 선수들은 웬만한 국가대표 못지않은 기량을 뽐냈다. 응원단들은 방방 뛰고 고래고래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느라 정신없었다.

“아니에요. @#$%^&**&^% $$~~&%$$##@!!+|@#$@@”
심판결과가 부당하다 싶을 때는 모국어에 한국어를 섞은 말들이 본능적으로 나왔다. 선수들은 네팔, 방글라데시, 몽골, 미얀마, 베트남, 스리랑카, 캄보디아, 태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심판은 조계종 국제포교사들이었다. 심판도 정확한 이해는 안 되지만 상황파악을 하고 호루라기를 “삐~”하고 불렀다. 승패보다는 경기 자체를 즐기면 그만이었다.

이주민들이 줄다리기 결승에서 있는 힘을 다해 줄을 당기고 있다.

제2회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 축제가 진행된 선화예술고등학교에는 640여 이주노동자와 국제포교사단, 8개 국가의 스님들이 모였다. 10월 10일, 하늘은 유난히 높고 눈부셨다. 알록달록 가벼운 색의 가을 옷을 입은 단풍이 바람에 팔랑팔랑 나부꼈다. 8개 나라의 이주민들은 말도 얼굴색도 조금씩 달랐다. 불교국가답게 8개 나라별 스님의 옷도 진한 홍색, 주황색, 노란색, 먹물색으로 달랐지만 가을 단풍처럼 어울렸다.

축제에서는 축구 배구 오자미 넣기 줄다리기 400m 이어달리기 장기자랑 등이 진행됐다 태국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전통 북과 응원막대 응원수술 등을 들고 축구 응원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힘들었던 한국 생활도 잊고 한국어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하게 동포들과 대화를 나누고 근질근질했던 몸도 풀었다. 스님들도 함께 응원해 주시니 든든했다. 말 한마디에 웃음폭탄 한번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경기는 축구, 배구, 오자미 넣기, 줄다리기, 400m 이어달리기, 장기자랑 등이 진행됐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이들 경기가 재미있어 눈을 떼어 놓지 못하고 보곤 했다.

승점을 얻자 환호하는 참가자들 모습.

이날 행사에는 트란 트롱 도안 주한 베트남 대사와 내외가 참석해 이주민을 격려했다. 대사는 “한국사회 일원으로 종교, 언어, 문화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따뜻하게 해주는 것만큼 한국법을 준수해 한국사회에도 기여하고 수익도 얻어가길 바란다”며 참가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줬다.

각 국가별 배구 경기는 에이매치를 방불케 했다.

지난 해 이주민체육대회는 신종플루로 취소됐었다. 이때 가장 크게 실망한 사람들은 이주 노동자들이었다. 대부분이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마음 편하게 체육대회를 할 계기가 마련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제포교사(회장 박상필)가 주관하는 체육대회가 더 좋은 이유는 같은 부처님 제자라는 점이다.

이어달리기를 하는 이주여성들.

경기도 양주 마하보디사 스리랑카 와치사라 스님은 “이주민 노동자들은 불자들이 함께하는 행사에 관심이 많다. 불자 한국인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행사를 좋아한다”고 전했다. 마하보디사에서는 2008년 1회 대회에서 30여 명이 참가했는데 올해는 부쩍 늘어 100여 이주민과 함께 왔다. 이어 스님은 “오랜만에 이런 자리를 갖게 돼서 모두 재미있고 행복해 하고 있다”며 “1년에 한번이라도 이렇게 함께할 수 있게 해준 국제포교사회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국제포교사회(회장 박상필)는 10월 10일 선화예술고등학교에서 제2회 2010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14기 성민선 국제포교사(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문화 사회라는 것을 실감한다. 8개국의 이웃나라 사람들과 함께 한국인들이 어울리는 것을 보니 전폭적인 관심을 가져야겠다”며 “서로 다른 사람끼리 모여서 정말 ‘HAPPY WORLD TOGETHER’ 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이들은 힘든 일을 하면서 한국 사회 저변에서 큰 기여를 하기도 하고 모국으로 돌아가 한국을 알리기도 하는 친구들이다”고 설명했다.

국제포교사단은 10월 10일 선화예술고등학교에서 제2회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 축제를 개최했다.

한편 9일에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사장 자승)은 종로구, 영등포구, 중랑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산하시설 실무책임자협의회와 함께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제1회 ‘아름다운 소통, 함께하는 문화’ 다문화가족대축제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결혼 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글쓰기대회 및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팜티퀸화(베트남, 거주 5년)는 작품 낭독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팜티퀸화 씨는 또박또박 정확하게 읽어 내려갔다.
“내가 왜 이 먼 곳에 와서 이런 고생을 하냐고 하며 후회하고 이혼까지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국생활이 그토록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중략> 어느 날 아이들의 옷을 정리하다가 결혼 후 저에게 ‘자기야 사랑해~’라고 쓴 편지를 보고 제가 한없이 울었습니다.”

그녀도, 그녀의 글을 듣던 참가자들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베트남으로 가서 친정 식구와 함께 여행을 가겠다는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작은 관심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이주민 인구 120만 명 시대. 이들은 한국 경제를 유지시켜주는 노동자들이고, 한 가정의 어머니들이었다.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네가 있다는 선지식의 말이 아니어도 좋았다. 가을 단풍처럼 어우러진 색은 또 다른 색을 연출하고 있었다.
글=이상언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un82@buddhapia.com
2010-10-19 오전 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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