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사상연구원(원장 법산)은 10월 7~8일 서울 법련사 대웅전에서 ‘보조국사 열반 8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보조지눌의 사상과 그 현대적 조명’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국내 7명, 국외 6명 등 총 13명의 학자가 보조사상과 선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18명의 학자들이 사회 및 토론자로 참여했다.
행사에는 강건기 교수가 (전북대)가 ‘오늘의 세계, 왜 보조사상인가?’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다. 이어 △박상국 원장(한국문화유산연구원)의 ‘<보조추붕사기>에 대한 소고’ △니시무라 에신 교수(일본 하나조노대)의 ‘지눌선의 사상적특수성과 그 현대적 의의’ △신규탁 교수(연세대)의 ‘보조지눌에 대한 규봉종밀의 영향’ △김방룡 교수(충남대)의 ‘보조 간화선의 성격과 그 현대적 의의’ 등이 발표됐다.
둘째 날에는 △광싱 교수(홍콩대 불교학센터)의 ‘중국문화에서의 선불교의 영향’ △인경 스님(동방대학원대 자연치유학과 교수)의 ‘간화선에 기반한 명상상담 일고찰’ △정승석 교수(동국대 인도철학과)의 ‘돈오점수와 진심식망(眞心息忘)의 요가 철학적 성격’ △임승택 교수(경북대)의 ‘위빠사나에 비추어 본 보조지눌의 수행체계’ 등이 발표됐다.
# 오늘의 세계, 왜 보조사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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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보조사상이 오늘의 세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고찰했다.
강건기 교수는 “지눌 스님은 안으로 선과 교가 극심하게 대립갈등하고 밖으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타락한 12~13세기 고려불교를 ‘호랑이 눈’으로 통찰하고 정법을 바로잡으려는 정혜결사의 원을 세웠다”며 “스님은 그 원을 실현하기 위해 열반에 드는 순간까지 ‘소걸음’의 실천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보조의 사상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를 살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보조사상에는 인간 회복학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지눌 스님은 인간은 누구나 부처와 추호도 다르지 않은 성품을 갖추고 있음을 전제하고 인간 이해에 굳건히 기초하고 있다.
강 교수는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밖으로만 치닫던 우리의 의식의 빛이 반전돼 본래의 마음을 비추고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한 생각 빛을 돌이켜 본래의 성품을 보는 것[一念廻光 見自本性]이며 돈오다. 돈오를 통해 마음이 부처, 중생이 부처라는 존재의 실상은 확연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보조사상의 또 다른 특징은 회통(會通)적 성격이다. △돈(頓)과 점(漸)의 회통 △선정과 지혜의 회통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의 회통 △선(禪)과 교(敎)의 회통이 그것이다.
강 교수는 “혜능 스님은 돈오돈수 역무점차를 내세워 점문을 용납하지 않은 반면 지눌 스님은 혜능 스님의 돈문에 서면서도 점문을 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지눌 스님은 <권수정혜결사문>에서 “남을 제도하려하기 때문에 먼저 선정과 지혜를 닦아야 한다”며 마음 닦는 자기 수행과 함께 이타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밖에 강 교수는 “보조사상은 현실과 실천을 중시했다. 그는 몸소 수심의 길을 걸었고 깨침의 샘물을 마셨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수심의 바른 길을 밝히고 제시했다”며 “뿐만 아니라 우리는 지눌 스님의 사상에서 가르침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능력과 소질을 중시하는 근기설법의 성격을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보조사상을 통해 강 교수는 인간ㆍ자기상실의 늪에 빠져있는 현대인들이 인간회복, 자기회복의 원음(圓音)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인간은 본래적인 ‘나’로부터 멀어지고, 스스로를 잃어버린 자기소외, 자기상실의 원천적인 병을 앓고 있다”며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깊은 신뢰와 그의 실현을 이상으로 하는 참 인간의 길인 보조사상은 깊은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 지눌의 선사상이 결집된 최고(最古)서에 대한 해설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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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 원장은 지눌 스님의 저술서인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法集別行錄節要幷入私記)>에 대한 해설서를 처음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상국 원장은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에 대해 설암추붕(雪巖秋鵬)이 과평(科評)을 붙인 설암의 사기(私記)인 <보조추붕사기(普照秋鵬私記)>를 소개했다.
박 원장은 “사기란 예로부터 강원에서 강의를 하면서 여러 학설을 모으고 자기의 견해를 덧붙여 만든 강의용 해설서다”며 “그동안 설암추붕의 사기는 없다고 알려졌었는데 최근에 소장하고 있는 한 독지가로부터 사진 파일을 입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지눌 스님의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는 지눌 스님이 입적하기 한해 전인 52세(1209)때, 사상적으로 가장 원숙한 시기에 집필된 책이다.
박 원장은 책에 대해 “지눌 스님은 교(敎)에 의해 마음을 깨달으려 하는 사람을 위해서종밀(宗密)당의 <법집별행록>을 간략하게 줄여 싣고 자기의 사상을 여러 문헌을 인용해 수록하면서 ‘부처의 마음을 바로 깨닫고 만행을 닦아 자리이타를 갖추어야 올바른 수행자’라고 역설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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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 원장은 “책에서는 상근기의 수행자가 여러 가지 알음알이에 걸려서 수행을 올바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보고 경절문의 수행법인 화두참구를 밝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원장은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는 보조국사 지눌의 선사상이 결집돼있는 한국 최고(最古)의 철학서이자 불교 이론과 실천의 결정체로 수행인을 위해 수행체계를 세워준 책”이라고 덧붙였다.
# 보조 간화선의 성격과 그 현대적 의의
김방룡 충남대 철학과 교수는 지눌 스님의 간화선 성격을 고찰했다.
김방룡 교수는 “지눌 스님은 스스로 자호(自號)를 목우자라 했듯이 한평생 소치는 공부(마음공부)의 실천을 생명으로 알고 살다간 참 종교인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눌의 선사상이 인간에 대한 본질적 의문, 마음에 대한 철저한 자각, 당시 불교계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토대로 구축됐다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보조선은 온통 ‘마음에 관한 사상’이며 ‘마음을 닦는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그리고 그의 사상에 대해 돈오점수와 간화선, 또는 성적등지문(惺寂等持門)ㆍ원돈신해문(圓頓信解門)ㆍ경절문(徑截門)의 삼문(三門)으로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보조는 한국 최초로 대혜의 간화선을 수용했으며, 간화선과 관련된 저술도 남겼다. 그렇지만 그가 주장하고 있는 간화선은 그의 종합적인 선사상 체계의 부분이지 전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따라서 보조 간화선은 삼문 속의 간화경절문 혹은 돈오점수와 간화선의 관련성을 보다 큰 틀 속에 놓고 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