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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녹색 물방울 모양의 광배 안에 한 손을 들어 버들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우아하고 늘씬한 관음보살. 일명 ‘물방울 관음’이라고도 불리는 센소지 소장의 ‘수월관음도’가 700년 만에 한국 땅을 찾았다.
일본에서조차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수월관음도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 ‘고려불화대전-700년 만의 해후’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11월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 소장된 고려불화는 물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고려불화들을 한 자리에 서 감상할 수 있다.
총 108점의 유물이 전시되는 이번 특별전에는 일본 소재 고려불화 27점, 미국·유럽 소재 고려불화 15점, 국내 소재 고려불화 19점 등과 더불어 중국 및 일본 불화 20점, 고려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 전시 불화 5점, 고려시대 불상과 공예품 22점이 전시된다.
특히 센소지 소장 ‘수월관음도’를 비롯해 네즈미술관 소장 ‘지장보살도’, 오타카지 소장 ‘과경16관변상도’ 등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 상당수 전시돼 눈길을 끈다.
전시는 고려불화 중에서도 부처를 주존으로 그린 ‘깨달음의 존재, 부처’, 불교신도들에게 친근한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주제로 한 ‘중생의 구제자, 보살’, 고려 1235~6년에 그려진 오백나한도의 연작 ‘수행자의 모습, 나한’, 고려불화와 같은 시기에 그려진 중국과 일본의 불화를 감상할 수 있는 ‘이웃 나라의 불보살’로 구성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배영일 학예연구사는 “고려불화는 워낙 귀한 작품이기 때문에 한 곳에서 여러 점을 소장한 경우가 드물다”며 “이번 전시는 많은 우여곡절 끝에 총44개 처에 달하는 국·내외 소장처와 협의해 특별전을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주요 출품 기관은 국내의 삼성미술관 리움, 일본의 동경국립박물관, 나라국립박물관, 규슈국립박물관을 비롯해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보스턴미술관, 프랑스의 기메박물과, 독일의 베를린동아시아박물관과 쾰른동아시아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주박물관 등이다.
이어 배 연구사는 “고려불화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예술품으로 손꼽힌다”며 “섬세하고 단아한 형태, 원색을 주조로 한 화려한 색채화 호화로운 금니, 흐르는 듯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선묘 등 당시 고려는 동아시아의 독보적인 미의 세계를 창조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고려불교의 정신과 고려인들의 숨결을 함축한 고려시대의 문화상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평생 다시 만나기 어려운 뜻 깊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