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총림 백양사(방장 수산)가 10월 10일 임회를 열고 총림해제와 관련해 분란을 일으킨 이유를 물어 주지 시몽 스님의 전격 사퇴와 의연ㆍ무공 스님의 선거권ㆍ피선거권을 제한하며 산문출입 금지를 결의했다.
이에 대해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은 12일 ‘고불총림 수호대책위 행보와 관련하여 백양사 분란의 문제점과 본인의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고불총림 수호대책위원회와 총림 임회가 모든 책임을 본인에게 덮어씌우고 주지 사퇴만을 요구하고 있다. 불교의 화쟁 원리와 원칙에도 어긋나는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시몽 스님은 “백양사에서 혜권 스님(고불총림 율주)만이 ‘방장스님과 지선 스님이 옛날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백양사의 모든 분란의 원인이 사라질 것’이라 했지만 그 의견마저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면서 “대책위와 임회의 의견과 무관하게 내가 갈 길은 백양사와 함께 나 혼자만이라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시몽 스님의 성명서 전문.
고불총림 수호대책위 행보와 관련하여 백양사 분란의 문제점과 본인의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
1. 문제의 원인 및 발단
지선스님이 이렇다 할 인사말도 없이 방장스님과 인사왕래를 끊고 지낸 점과 10수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 노석산방을 비워달라고 요구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자 발단이었습니다.
빈승은 백양사 출가승려로서 30수년을 떠돌다 2008년 9월 28일 주지임명을 받고 동년 11월 2일 주지에 취임하였습니다. 지금의 백양사는 지선스님이 경내에 머물면서 산중의 방장스님께 인사·왕래를 끊고 지낸지 수년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문도들 간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는 후학들에게 부끄러운 바며 마침내 백양사의 미래에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로 판단되어 본인은 두 분의 관계개선을 위해 정성을 다 하였으나 허사였습니다. 마침내 본인과 종무소는 결단하였습니다. 즉, 방장스님께 예를 하든지 아니면 노석산방을 비우라고 통고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사실 지선스님의 진퇴문제는 지선스님 자신의 주지 소임이 끝난 후 스스로 양심과 사안(事案)에 맞도록 처리하여야 할 사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묵인한 채 10수년을 흘려보낸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의 발단입니다.
2. 의연. 무공 두 승려의 총림해제와 수호대책위 출범
노석산방의 일로 인하여 지선스님의 자존심이 상하였다면 종무소를 상대로 지지던지 볶던지 해야 할 일인대도 의연․무공 두 승려가 뜬금없이 총림대중과 무관하게 고불총림지정 해제를 들고 나왔고 빈승을 호법부에 진정․고발 하였으며 뒤이어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본인은 백양사 재적승려로서 같은 문도들인데 이들이 빈승에게 터무니없는 일을 조작하여 비난하고 고발 진정하는 일들을 접하면서 비애마저 느낍니다. 본인은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하여 교구종회를 열고 고불총림수호 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이 기구에 작금의 사건수습을 일임하였습니다.
마침내 대책위는 불갑사에서 1차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문제를 일으킨 저들은 암도스님을 통하여 주지사퇴를 요구하였습니다.
3. 본인의 견해와 입장
본인과 종무소가 방장스님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한 개인이 거처하는 방을 비워달라는 이유 때문에 주지에서 물러나라는 저들의 주장은 수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산중의 화합을 위해 종교적(종헌 종법이 만들어지기 이전 수행자의 양심) 결단을 내렸습니다. 즉, 백양사에서 시비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들이 백양사 산문 출입을 금하는 조건이라면 주지직을 걸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문제는 주지라고 하는 사중의 책임자가 한 개인의 방사를 비워달라는 이유 때문에 고불총림을 뒤엎을 생각으로 법규위원회에 고불총림 자동해제 신청을 한 일과 본인을 호법부에 고발, 진정하는 사건을 방기한 채, 본인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일은 절대 불가한 일입니다. 그러나 본인은 백양사의 묵은 분란의 씨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으로 화합 차원에서 시비의 당사자들이 시비의 무대를 떠나는 일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 그와 같이 결단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수호대책위는 이 같은 본인의 진정성을 외면한 채 본인이 노석산방(지선스님이 거처하는 방)을 비워달라고 했던 것이 ‘주지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불집을 건들었다.’고 하면서 모든 책임을 본인에게 덮어씌우고 주지 사퇴만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는 불교의 화쟁 원리와 원칙에도 반한다는 점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4. 승가(총림)는 율주스님의 바른 제안에 따른 문제해결이 원칙
그 동안 백양사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길을 막고 물어보라.’라는 옛말을 상기하게 합니다. 백양사가 안고 있는 근본문제는 내버려 둔 채 지말적인 일만으로 시간을 허비한 것입니다. 혜권스님(고불총림 율주)만이 방장스님과 지선스님이 옛날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동안 백양사가 겪고 있는 분란의 원인이 사라질 것이라며 자신이 그 일에 앞장서서 이루어 내겠다고 하였으나 그 의견마저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승가(총림)는 율주스님의 바른 제안에 따른 문제해결이 원칙이라고 본인은 동의하면서 대중화합을 위하여 힘써야 합니다.
본인은 그동안 대책위와 총림 임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사항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본인은 내 갈 길을 백양사와 함께 나 혼자만이라도 갈 것입니다. 미래 백양사가 갈 길은 환히 뚫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불․조(佛․祖)와 고불총림을 1947년 최초에 설립한 만암 노사께서 닦아주신 길입니다. 수행자는 다만 이 길을 갈 뿐입니다.
2010. 10.
대한불교 조계종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 시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