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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이 빠지니까 불교환경연대 맥이 빠졌다’는 말들의 배경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생각하는 것이 불교환경연대의 새로운 방향이 될 것입니다.”
불교환경연대 신임 상임대표에 현고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 권한대행)이 선출됐다. 수경 스님이 사퇴 의사를 밝힌 후 4개월 만이다. 현고 스님은 10월 11일 불교환경연대 임시총회에서 상임대표를 어렵게 수락했다. 현고 스님은“수경 스님이 불교환경연대의 토대를 구축한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수락의 이유를 밝혔다.
수경 스님이 사퇴 의사를 밝힌 후 불교환경연대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였다. 조계종 종회의장 보선 스님은 6명 정도의 스님들에게 상임대표직을 몇 차례 권유해 봤지만 끝내 고사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간사, 팀장, 국장 등 실무자들이 모두 환경연대를 떠나고 조직팀장만 남았다. 퇴직자들의 퇴직금도 일부 미지급 상태이고 최저유지비도 적자 상태다. 내부 조직안정화는 물론 앞으로 불교시민단체로서 해야 할 일도 산적해 있다. 수경 스님이 닦아놓은 업적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많은 스님들은 선뜻 상임대표직을 수락할 수 없었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현고 스님은 상임대표직을 2010년 12월까지 적임자가 선출 될 때까지 조건부로 맡겠다고 의사를 표했다. 스님은 “짊어지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 원력이 허영이 될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벌려놓은 일을 챙기지 못하고 비명행사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격에 맞게 하겠다”고 밝혔다.
현고 스님은 수경 스님의 삼보일배 정신이 곧 불교정신이라고 평가하고 그 뜻이 퇴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보일배를 통한 불교환경운동이 결국은 사회 속에 불교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구축하는 일이자, 사회와 소통하는 대중포교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경 스님이 불교환경연대를 만들고, 활동했던 내용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수경 스님의 환경운동을 쉽게 생각하는 것을 늘 염려했습니다. 삼보일배는 불교적인 행동이고 불교계 의사표시 방식입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어떤 행동이나 문화가 세계 속으로 소통되는 것이 있었습니까? 삼보일배 자체가 불교입니다. 그래서 삼보일배가 국내외에서 사회운동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것입니다.”
현고 스님은 환경운동을 펼치던 수경 스님을 “쉽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수경 스님은 굉장히 치밀하고 정교하고 꼼꼼한 자기 논리를 바탕으로 운동을 펼쳐나갔습니다. 삼보일배는 불시에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으로 착안해 낸 것이 아니었기에 지리멸렬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그의 정신이나 행동들이 생명력을 갖고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고 스님은 불교환경운동연대의 기본 방향을 현대적 소통의 방식을 통한 대중참여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스님은 “현재 시민사회운동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설법, 기도, 염불이외의 사회활동을 통한 대중포교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고 스님은 “시민운동이라는 것은 개발론자와 싸워서 이기거나 재압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다”며 “수경 스님도 개발론자와 대항해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 삶의 방향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정부에 대항하고 개발론자들에 대응해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현고 스님은 불교환경연대의 위기에 대해서 환경운동단체의 전반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대가 시민환경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사회구조 또한 기존의 형태로는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결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현고 스님은 ‘불교와 인간’에서 해결점을 찾았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의 문제죠. 기존의 참여자들을 독려하는 일과 새로운 사람을 발굴해서 조직으로 끌어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 인생관에 대한 교의적 설명을 설법이라는 방식 외 문화적으로 펼쳐가는 환경운동을 보여준다면 대중참여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불교환경운동은 다양한 표현방법, 실천방법의 하나로 불교를 위한 것, 사회를 위한 운동이라는 큰 틀에서 공감대 형성했을 때 환경연대의 활동을 일방적으로 탄압할 수 없겠죠.”
조계종단과 불교환경연대의 관계에 대해서도 “힘의 원천은 교단과 대중에 있다”며 “종단과 갈등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종단 집행부나 종책 책임자들이 불교환경연대의 활동이 불교를 위한 집단임을 인식해 지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환경정책 등에 대해서 현고 스님은 “내 개인의 생각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불교환경연대 회원들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일부에서는 불교환경연대가 수경 스님이 떠난 이후 심하게 흔들린 이유를 수경 스님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고 왔던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한 임원은 “회원들의 움직임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이 일들을 나눠서 함께 짊어지고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현고 스님과 대중이 함께하는 환경보살의 걸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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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지도위원 중 도법ㆍ원택ㆍ현응ㆍ계호 스님과 송위지 서울 보건대 교수를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또 수경 스님과 김재일 공동대표는 사임의 뜻을 수용했다. 그밖에 지도위원으로 법응 스님(불교지도자넷 대표)을 집행위원장에는 지관 스님(불교환경연대 김포지회 대표)을 선출했다.
현고 스님
- 출 생 : 1950년
- 은 사 : 九山秀蓮스님
- 수 계 : 1971년 10월 15일 송광사에서 구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수지
1975년 4월 15일 송광사에서 구산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 주요 경력
1971년 10월 송광사에서 수선안거 이래 수도암, 해인사 등에서 안거
1983년 7월 ∼ 1994년 5월 송광사 중창불사 도감
1993년 3월 송광종합사회복지관 관장
1994년 5월 ∼ 1998년 5월 송광사 주지
2001년 3월 ~ 2003년 12월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2003년 12월 ~ 현재 조계종 종책특보
2004∼2005년 한국불교문화사업 단장
2005년 총무원 총무부장, 총무원장 권한대행,
2005년 9월 대한불교조계종 제31대 총무원장 권한대행
2006년 한국불교문화사업 단장
현재 사단법인 주암호보존협의회 대표이사 겸 의장,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 공동이사장, 사회복지법인 바라밀 이사장, 전남문화재연구원 이사장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