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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 전 시월 백담사. 어느 계절이든 새로운 계절은 도시보다 산사를 반걸음 정도 먼저 찾아온다. 가을이 완연했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해오고, 추녀를 떠난 풍경소리는 급하게 추녀로 되돌아왔다.
오세암까지 가는 사람, 봉정암까지 가는 사람, 설악산 꼭대기까지 가는 사람들이 잠시 들러 길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죽기 전에 봉정암 가고 싶어 왔다는 백발의 할머니, 할머니 따라온 며느리, 며느리 따라온 아저씨. 모두는 다시 길을 떠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다시 낙엽이 떨어져 뒹굴고, 되돌아온 풍경소리가 또 풍경을 울렸다. 대답할 수 없는 물음들이 쌓여갔다. 그 가을이 다시 눈앞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