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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백년 묵은 대웅전과 천년 쯤 묵은 그림자가 마주 앉은 저녁. 수덕사. 단청은 날아가고 석탑의 그림자는 돌이 되어간다.
어느 도량이든 대웅전 앞에 서면 마음도 달라지고, 눈빛도 새로워진다. 그것이 오랜 세월을 간직한 법당이면 법당일수록 더욱 더 그러하다. ‘먼 것’이 주는 막연함이 알지도 못하는 기억을 찾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처님을 만나는 일도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먼 것’으로부터 오는 그 막연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바람 부는 수덕사의 저녁. 단청이 또 날아가고 석탑의 그림자는 부서진다. 석탑의 그림자를 밟으며 법당 앞을 지나간다. 달라지는 마음, 새로워지는 눈빛으로 늘 걸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