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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살림 나누는 지혜 소복
맑고 향기롭게 알뜰 나눔장터


“우와 이게 다 1000원이에요? 진짜 싸다! 나 이거 진짜 갖고 싶었던 음반이었는데 정말 이 음반이 1000원밖에 안 해요?”

아침 일찍부터 안산에서 출발해 서울 길상사를 찾은 한정은(51)씨는 때 아닌 횡재에 박수를 치며 아이처럼 신나했다. 가수 박효신의 노래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한씨는“시중 음반가게에서도 구하기 힘들었던 오래된 앨범을 이 곳 길상사에 와서 1000원에 구입해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장나영(10)양은“엄마와 함께 길상사를 왔다 평소 보고 싶었던 책들을 싸게 구입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뜨거운 태양 볕이 내리쬐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길상사 뜨락에는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8월 22일 오전 11시~오후 2시 길상사에서 열린 알뜰 나눔 장터. 맑고 향기롭게는 매달 넷째 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길상사에서 나눔 장터를 연다.

알뜰 나눔 장터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취지의 벼룩시장이다. 현재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헌 옷이나 재활용품 및 친환경 화장품, 친환경 용품 등을 소액에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과 수세미, 가방 등 일부 생활용품은 맑고 향기롭게 회원들이 직접 만들며, 책, 음반, 옷 등은 맑고 향기롭게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일정기간 동안 수거한다.

나눔 장터를 주관해 온 연혜숙씨는“우리가 여는 알뜰 나눔 장터를 물건을 싸게 파는 바자회로 인식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는 자연 살림 환경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사회 사람들은 인간이라는 우월감 속에서 너무 풍족하게만 살아간다. 당장은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는 풍요로움을 얻는 대신 자연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맑고 향기롭게가 이런 장터를 열게 된 것도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다.

연씨는“장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회원 분들도 처음에는 이러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분들의 생활이 바뀔 정도로 이러한 취지를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터는 대부분 맑고 향기롭게 회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장터를 준비 단계에서부터 직접 판매하는 봉사자원들만 30여 명에 달한다. 여느 때엔 학생 봉사자들까지 참여한다.



맑고 향기롭게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장터를 진행해 왔지만 이렇게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해 온 것은 불과 1년이 되지 않는다. 중간에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장터를 진행하지 못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러면서 연혜숙씨는 무엇보다“장터에 대한 홍보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터를 꾸려나가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홍보라 생각합니다. 오시는 분들이 없다면 장터 또한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씨에 상관없이 무조건 장터를 엽니다. 꾸준히 장터를 여는 것만큼 좋은 홍보도 없습니다.”

연씨는“한 번은 비가 너무 많이 와 어쩔 수 없이 장터를 열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왜 장터를 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며“점점 찾아주는 분들이 늘수록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 맑고 향기롭게는 자연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천연 화장품, 의류 재활용 리폼, 슬리퍼, 지갑, 모기 퇴치용 스프레이 등을 만드는 강좌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화장품은 장터에서 가장 인기를 끌며 품절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린다.

친환경 화장품 만드는 법을 강의하고, 장터에서 판매 봉사활동을 하는 정애리씨는“천연 재료로 만든 화장품이 명품 화장품 못지 않게 효능이 좋다는 것을 알리고, 화장품이 좋으신 분들에겐 강좌를 통해 직접 만들어 쓰시라는 취지에서 판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장터의 수익금은 맑고 향기롭게에서 불우이웃을 위해 쓰이거나, 일부 장터 개설비로 쓰이기도 한다.

연혜숙씨는“얼마 전 장터를 외부에 더 알리기 위해 마로니에 공원에서 장터를 열려고 했지만 취소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로니에 공원 관계자들이 장터의 취지는 좋으나 물물교환이 아닌 500~1000원의 소액이라도 돈이 오가는 상황이라 안 된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자칫 상업목적의 장터로 오해 받아 공원 이미지에 안 좋게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연혜숙씨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장터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확실히 계획된 것은 없지만 장터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9-27 오후 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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