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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생각을 극락전 마당에 내려놓고 홍척 선사 부도 앞에 섭니다. 겨울 햇살을 등지고 바라보는 부도는 단아하면서도 선명한 세부조각이 화려하기만 합니다. 사각의 지대석 위에 팔각으로 치석된 하대석부터 능숙한 석공의 솜씨가 눈길을 빨아들입니다. 중대석 안상을 장식한 팔부성중의 형상은 위엄이 깃들어 있고 상대석의 연잎 조각들은 지난 여름에 연못에서 따다가 붙여놓은 듯 생동감이 넘칩니다.”(본문 88쪽)
부도는 흔히 스님들의 무덤이라 말한다. 저자는 그런 부도를 죽음의 공간이 아닌 또 하나의 설법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삶과 죽음은 본래 둘이 아니기에 삶 속에서 죽음을 바로 봐야 하고 죽음 속의 삶을 형형하게 알아차려야 함을 가르치는 곳이 부도밭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법향이 느껴지는 부도밭 28곳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감성이 녹여 부도밭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28곳에서 만난 역대 고승드의 부도탑과 탑비를 통해 사찰의 역사, 고승들의 행적, 부도탑의 조각수법 등을 저자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단정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부도탑이야기가 20년 간 불교전문기자로 활동한 저자의 뛰어난 식견과 감성이 어우러져 읽는 재미가 느껴진다.
현재 저자의 ‘감성으로 가는 부도밭 기행’은 본지에서 격주로 연재중이며, 책은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의 내용을 묶은 것이다. 2009년 부도를 연구한 노력을 인정받아 제17회 불교언론문화상 신문부문 최우상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감성으로 가는 부도밭 기행|임연태 지음|클리어마인드 펴냄|1만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