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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대비(同體大悲)하라는 부처님 말씀처럼 편견을 없애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나가는 것이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다문화입니다.”
명락사 주지 무원 스님(천태종 총무부장)을 두고 사람들은 흔히 ‘다문화의 선구자’라고 말한다. 스님은 2009년 10월 한국에서 오고 갈데없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명락빌리지를 개원했다. 명락빌리지에는 현재 10여 명의 다문화이주여성들이 둥지를 틀고있다.
무원 스님은 이런 다문화가정 이외에도 지역민, 새터민, 노인 복지까지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자비의 사상’을 실천하고 있다. 스님의 이런 나눔의 실천은 이미 30년 동안 이어져 왔다. 스님은 이렇게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예식(禮式)이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을 다 갖추려면 좀 귀찮거나 불편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도(道)와 예(禮)가 반드시 갖춰져야 합니다. 어렵고, 힘들고, 조금 바쁠수록 이런 것들이 기본이 돼서 생활을 해야만 우리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진정 소중하게 생각하고 도와줄 수 있습니다.”
무원 스님은 “특히 지금처럼 추석인 대 명절에는 이러한 도와 예를 더욱 잘 지켜 우리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석은 부모님에 대한 예를 올리고, 효를 실천하는 날이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타국에 와서 지내는 이주자들에게 추석은 낯선 타국의 문화이면서도 고향을 그립게 만드는 날이다. 무원 스님은 추석에 가장 기억 남는 일로, 인천 황룡사 주지로 있을 당시를 떠올렸다.
“황룡사에 있을 당시, 추석이 되면 노동이주자들이 음식을 장만해서 절에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리곤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공양하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예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이런 것이 진정 한 나라의 문화 속에 녹아드는 것이라 생각해 다문화인들에게 우리의 명절문화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원 스님이 다문화가정을 위한 쉼터를 설립해 운영해 나간지도 1년여 가 다 됐다. 스님은 “예전에는 도와주고 싶어도 뿌연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됐다”며 “가장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천태지자 대사께서도 의식주를 해결해야 도를 잘 닦을 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다문화인들을 위해 진정으로 배려하고 그들과 서로 상생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적인 불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무원 스님은 “추석 등 명절을 맞아 여러 단체에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는 행사가 많이 진행이 된다. 하지만 너무 일회성이고, 이벤트성이 짙은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작아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베풀어야 한다”며 “남의 시선을 끌기위한 도움은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도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앞으로 다문화가정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후대에 국가지도자나 상위층이 다문화인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때 자국민들은 어떻게 이런 사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을 해볼 문제”말했다.
스님은 “앞으로 불교계에서 다문화 대안학교를 설립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문화 교육을 시켜줘야 한다”며 “나중에 이 아이들이 자라서 이런 교육에 고마움을 느끼면, 자연스레 불교의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부처님을 꿈꾸게 된다. 불교가 앞으로 해나갈 진정한 포교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