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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명락사 다문화여성 '추석 차례상 차리기와 예절교육'


“오른손을 위로 가게 해서 이마위에 갖다 대세요. 그리고 다리는 아빠다리를 하면서 천천히 앉았다가 그대로 일어나면 돼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채 어딘가 어설프게 절을 하는 모습에는 즐거움이 역력하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킥킥 거리는 모습에서 개구쟁이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보인다. 한복을 곱게 입고 절을 하는 이들은 모두 한국에 와 가정을 꾸리고 사는 다문화여성들이다.
서울 명락사(주지 무원)는 9월 13일 명락사 경내 다문화교육관에서 추석을 맞이해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추석 차례상 차리기와 예절교육’을 실시했다.

명락빌리지 김남수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현재 한글교육, 사경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 중이지만, 추석을 맞이해 다문화여성들에게 뭔가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행사에 함께 참여한 다문화여성들은 명락사 신도회, 봉사회, 다도회원들에게 차례 상 차리기, 한복 입어보기, 예절교육, 송편 만들기 등을 배웠다. 우선 행사에 앞서 다문화여성들은 한복을 입는 법과 옷고름 매는법을 먼저 배웠다. 대부분 결혼할 당시 한복을 입어본 경험을 있으나 정확히 한복을 입고 옷고름을 매는법을 알지 못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리나씨는 “한복이 너무 예쁘다”며 “한복을 처음 입어보고, 옷고름도 처음 매보는데 생각보다 어렵지만 재밌다”고 말했다.

한복입어보기에 이어 예절연습과 차례 교육이 이어졌다. 공수하는 법, 절하는 법, 직접 차례를 올리는 법은 좀처럼 쉽지 과정이었지만 다문화여성들은 모두 열심히 설명을 들으며 그대로 따라했다.

차례를 지내고 나서, 차례를 지낸 음식을 나눠 먹어야 한다며 명락사 신도들이 음식을 나눠누자 다문화여성들은 어색해 하면서도 음식을 맛있게 받아먹었다.

중국에서 온 차홍숙씨는 “중국에서는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내는 풍습이 사라져 아쉬웠는데, 부모님을 비롯한 조상님들께 차례를 올릴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감사를 표했다.

명락사 다도회장인 이수진씨는 “생각보다 행사에 참여한 여성분들이 성실하게 잘 따라와 주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절하는 법 등은 외국인이 하기에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데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끝으로 다문화여성들과 신도들은 모두 함께 둘러앉아 추석의 대표 음식인 송편을 만들었다. 서로가 “어머, 너무 예쁘게 잘 만들었다” “한 두 번 만든 솜씨가 아닌데”라며 칭찬을 늘여놓았다.
예절교육을 받고, 차례 교육을 받을 때는 다소 어색해 하던 여성들도 송편을 만들 때 만큼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연변에서 온 정혜월씨의 송편은 많은 사람들에게 “손이 야무지다”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예쁜 모양이 돋보였다.

다문화여성들과 신도들은 그렇게 송편을 빚으며 모국의 추석, 한국에서 맞는 명절 등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캄보디아에서 온 이수정씨는 “한국에 온 지 4년이 됐지만 아직 송편을 빚어본 적이 없었는데 직접 만들어 보니 재미있다”며 “이제 추석을 맞으면 송편과 부치기 등을 만들어 차례 상에 올려봐야겠다”고 말했다.

김남수 사무국장은 “오늘 이렇게 한복도 입어보고, 절도 하고, 차례도 지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며 “대부분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장에 나가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이런 행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해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무원 스님은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맞이해 지역의 다문화가정과 함께 나누는 것이 소중하다”며 “서로의 전통 예절과 문화를 이해하고 습득해 편견없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9-27 오전 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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