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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설, 단오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 명절로서 예부터 집안의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이 전통이었다. 지역마다 차례 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차례 상의 제주(祭酒)로는 정종·청주 등이 올라왔다. 하지만 근래 들어 명절이나 기제사에 이런 술(酒) 대신 차를 올리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불교생활의례문화원(이사장 직무대행 김규범, 이하 문화원)은 9월 9일 조계종 전법회관에서 2010년 불자 생활실천운동의 일환으로 ‘명절·기제사 술(酒) 대신 차(茶)를 올리자’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번 차 공양 시연회는 불교생활의례문화원의 생활의례봉사단 제례팀이 불교제례음식을 실물로 진설하고 명원다도예절문화원에서 차를 우린 후 예법에 따라 차례를 진행했다.
이날 시연은 국민대 유양석 교수(명원문화재단 고문)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제주에는 김규범 불교생활의례문화원 이사장 직무대행, 좌집사에는 이재우 불교생활의례문화원 사무국장, 우집사에는 신현조 불교생활의례문화원 이사가 참여했다.
문화원측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제사문화가 유입되면서 일본식 발효주인 정종이 사용되기 시작했다”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전통이 무시된 채 각자의 기호에 맞는 음식들이 제사·차례 상에 올라온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문화원은 “<삼국유사> 등 옛 문헌의 기록에 따르면 왕실과 사대부 등 귀족을 중심으로 제례에는 항상 차(茶)를 올렸으며, 가난한 백성은 경우 차(茶)를 살 돈이 없으며, 정안수로 대신했다”고 밝히며 우리의 차례문화의 개선을 주장했다.
본래 차례는 ‘차례(茶禮)’라 해, 차(茶)로 행하는 모든 예의범절을 뜻한다. 명원문화재단의 김의정 이사장은 “통일신라시대 문무왕(재위 661~681)은 김수로왕의 제례에 차를 올렸으며, 고려시대도 모든 국가적 행사에는 항상 차가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제의초(祭儀秒)의 기록에서 시제(時祭)와 기제(忌祭)의 의식에 차를 올리는 풍습이 있다’라고 말하며, 제사상에 차가 오르는 풍습을 설명하고 이를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원은 “명절과 기제사에 술 대신 차를 올림으로 인해 잊어져 가는 전통제례문화 복원과 효(孝) 사상을 실천 및 예의도덕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선일여(茶禪一如)라 해 차(茶)와 불교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술 대신 차를 올리는 것은 조상들에게 차의 맑은 기운을 흠향해 업식(業識)을 소멸하고 서방정토 구품연화대에 안주하기를 기원하는 뜻”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