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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찾아 달라던 4년 여 기도 회향 눈앞에”
혜문 스님이 조선왕실의궤 환수 눈앞 두기까지

2010년 8월 10일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했다. 간 총리는 담화문에서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를 가까운 시일에 넘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가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언급하기까지에는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 혜문 스님의 활약이 컸다.

혜문 스님은 9월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문화재제자리찾기의 ‘조선왕실의궤환수 경과보고회’에서 4년 여의 조선왕실의궤 반환 운동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평창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김부겸 국회 문광위 의원 등 200여 사부대중이 참석해 명성왕후 국장을 기록한 다큐 영화 ‘잃어버린 제국(감독 김아자)’ 등을 시청했다.

환수위는 “일제 강점기 조선 총독부에 의해 강탈당해 일본 왕실 도서관 궁내청에 소장된 ‘조선왕실의궤’가 4년 여의 환수운동 끝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인사말에서 “조선왕실 의궤 반환은 온 국민의 승리”라며 “ 의궤가 잘 돌아올 때까지 여러분 모두 끝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행사에서 스님의 경과보고와 저서 <의궤, 잃어버린 조선의 보물>을 통해 스님의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위한 노력들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국권 침탈 100주년이 되는 올해 광복절에는 틀림없이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막연한 믿음이었지만 이뤄졌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왕실에서 한반도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일본 총리의 입에서 일본이 조선왕실의 물건을 갖고 있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포기한 문화재를 민간이 싸워서 되찾았습니다. 나는 이번 조선왕실의궤 환수가 우리나라 승병ㆍ의병운동의 전통에 한 줄을 더 남긴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금강경>에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본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자기 자리를 잃어버린 중생에게 본래의 자리를 되찾아주는 것이 불교의 진리입니다. 나는 문화재 환수 운동이 불교사상을 사회화하는 과정이며 또 다른 수행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교토서 유학중이던 2004년 8월 고서점에서 일본인 학자가 쓴 <청구사초(靑丘史草)>라는 책을 보게 됐습니다. 그 책을 보고 <조선왕조실록>이 도쿄대에 소장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즉시 실록을 열람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되찾기 위해 2006년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반환의 논리를 세우기 위해 한일협정 당시 반환받은 1432점의 문화재 목록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환수 목록 중에는 짚신, 막도장, 우체부 모자 같은 것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일본이 이런 허접한 것들을 한국에 돌려주면서 “문화재 반환이 종결됐다”고 한 것에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습니다.

노력 끝에 결국 도쿄대는 서울대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조선왕조실록>을 돌려줬습니다.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는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오른쪽과 왼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록과 의궤가 모두 반환돼야만 조선왕실 기록물 반환이 완전한 마무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선왕실의궤의 반환을 눈앞에 둔 지금을 ‘유형의 물건’의 차원을 넘어 ‘역사적 자존심’을 되찾은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4년 여의 반환과정을 지내오며 나는 하루하루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수행이라 생각하고 반환운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4년 동안 내가 어쩌다 이 문제에 관여하게 됐는지를 반문해 봤습니다. 좀 더 유능하고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운동을 진행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짙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나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믿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고….

환지본처.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조동섭 기자 | cetana@gmail.com
2010-09-20 오후 12: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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