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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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묵일여 화두 삼아 한 획 두 획
투병하며 써내려간 사경 ‘사문기현영적전(沙門奇玄影迹展)’여는 기현 스님

“서툴지언정 아름답게 꾸미지 말라 하였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만 진통과 인고로 써 내려간 애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포병반생(抱病半生). 기현 스님은 병을 안고 반생을 살았다. 질긴 고통이 끊이지 않았던 수행자는 사경을 하며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스님은 “밥을 많이 먹어서 위장이 터졌었다”며 농담 삼아 이야기를 할 정도로 회복돼 있었다. 길고 질긴 병을 이겨낸 승자만의 여유였다.
“우리네 삶은 남 흉내내는 것 뿐 입니다. 흉내나 내며 살다가 떨어진 곳이 다행이도 절집이었죠. 이제는 꼭두각시놀음을 그만하고 소요(逍遙)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영적전(影迹展)’ 전시를 앞두고 있는 기현 스님이 관람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스님은 꾸밈없이 정갈한 마음으로 바라봐 주기를, 그리고 관람객들과 사경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 했다.


26세에 1968년 범어사에서 출가한 스님은 1976년 쌍계사에서 공부를 하던 중 병을 얻었다. 병과 싸우며 소일거리로 시작한 서예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은 1978년 동방연서회에서 여초 김응현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부터다.

“병은 저를 지혜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마치 쇠를 용광로에 녹여 정신을 단련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죠. 위장을 회복하는 동안 어떤 수행도 할 수 없었지요. 그때 붓을 들고 시작한 사경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길고 질긴 인고의 세월이었습니다. 사경을 하면서 선묵일여를 화두삼아 고통을 이겨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사경은 900여 점의 작품으로 탄생됐다. 전시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불경을 써가면서 그의 신심은 더 깊어졌다. 그 결과물은 1.2㎞라는 <화엄경>사경 병풍, 5200여 자의 <금강경> 병풍으로 태어났다. 작품 속에는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배어 있다.


“또박 또박 해서체로 정성을 다해서 하는 사경이 아니라 다양한 서체를 이용해 붓을 휘둘렀죠. 여초 선생은 제 글씨를 보고 “정도(精道)로 된 것은 없지만 야생은 있다”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꾸미지 않는 것, 그것이 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진정한 소요를 추구하는 스님의 사경 속에는 자신의 독창적인 글씨체가 담겨있다. 다양한 경서(經書)를 15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사경 해온 작품 세계에는 불교와 신심, 예술이 함께 담겼다.
“병이 없었다면 사경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경전을 보고, 선방에 앉아 수행정진 했겠지요. 참선은 불교에서 가장 수승한 수행법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참선에만 치우쳐서는 안 되겠지요. 사경의 경지에서 삼매는 깨달음은 똑같습니다.”
서예와 불법의 매력에 빠져 방대한 작품을 만들어낸 스님은 지금도 양평 보타암에서 사경삼매 정진을 이거가고 있다.


기현 스님의 사경 전시회 ‘사문기현영적전(沙門奇玄影迹展)’이 9월 29일~10월 5일 서울 인사동 한국박물관에서 개최된다.
<화엄경>과 <법화경> 등 300점의 사경 작품이 전시된다. 2004년부터 3년간 써내려간 <화엄경> 은 감지(紺紙)에 금니를 사용해 금문, 백서, 예서, 해서, 행서 등 오체로 쓰여졌다. 글자 수만 해도 약 70만 자에 달하는 작품은 스님의 오랜 산고의 흔적이다.

<법화경> 사경은 감지에 경면주사(鏡面朱砂)로 쓴 것으로 사경 기간만 2002~2008년으로 30×135㎝병풍이 120폭이나 된다. <금강경>사경도 전서나 금문 등 다양한 서체로 5200여 자에 이른다.
작품들 중에는 다양한 갑골문이나 주ㆍ은 시대 병기나 제기 등에 썼던 백서(帛書)도 눈에 띈다. 그밖에도 가로 11m의 <화엄경> 약찬게, <반야심경>을 수막새의 와당문향화 한 것 등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가득하다. (02)732-7096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10-09-11 오전 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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