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 문화 > 학술·문화재
박찬욱 소장, 초기불교를 바탕으로 집단상담 프로그램 체계화
박찬욱 소장, 23개 마당 3박 4일간 진행
박찬욱 밝은사람들연구소장
_b

불교 교학과 수행법은 괴로움의 발생 원인과 괴로움을 소멸하는 방법들에 대한 탐구 결과다. 초기불교 이후 불교는 시대ㆍ지리적 상황과 상호작용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롭게 이해하는 이론체계와 다양한 방편들을 발전시켜왔다.

‘밝은사람들연구소’ 박찬욱 소장(사진)은 최근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 ‘불교상담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성 연구’에서 초기불교를 바탕으로 불교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 시행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불교 수행방법을 적용해 개발한 서양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에는 MBSR, MBCT, DBT, ACT가 있다. 이들은 모두 마음챙김 명상을 심리치료에 활용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 및 개발화에 있어 국내의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띄고 있다.

그러나 서양의 프로그램들은 모두 불교 수행법의 일부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박 소장은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불교적 가르침이 서구에서 심리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점은 불교가 현대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한 방편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며 “그러나 마음챙김 수행을 주로 병증의 개선과 치료에 활용하고 있어, 정념 수행의 본질을 전달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ㆍ운영되고 있는 불교 심리치료 상담 프로그램들의 경우, 서구에서 이론적 배경과 프로그램 내용을 체계적으로 밝히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프로그램 개발자가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연구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박찬욱 소장은 초기불교의 핵심인 ‘사성제’와 ‘팔정도’를 바탕으로 삶을 성찰하고 명상을 습득하는 불교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박 소장은 두 가지 가설 △마음챙김이나 수용행동 및 자기에 대한 자비심은 증진되고 집착심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신병리(불안, 우울, 대인예민성 및 적대감) 수준이 낮아지고, 주관적 삶의 질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를 세운 뒤 총 23개의 마당으로 구성된 3박4일의 불교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서울 소재 D대 학생 28명에게 통제ㆍ실험집단으로 나누어 실시했다.

14명의 실험집단 참여자들은 각 마당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 5~10분 동안 입출식념(入出息念), 몸과 마음 현상 알아차리기, 자애명상을 반복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 동안 준비한 활동을 통해 성찰하고 집단상담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탐색하고 이를 자신의 삶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연기적 현상으로 다루도록 훈련했다. 훈련을 통해 내적 경험과의 불필요한 싸움을 멈추고, 오히려 이러한 내적 경험을 환영하고, 따뜻한 태도로 접촉하게 함으로써 내적 경험을 수용하는 것이 고통의 확대를 예방하는 것임을 체험적으로 학습하도록 시도했다.

박 소장은 “실험집단 학생들은 통제집단과 비교해 마음챙김, 수용행동, 자기-자비 및 집착 수준이 긍정적으로 증가했다”며 “이러한 효과는 프로그램 종료 후 4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유지되거나 향상됐으며 참여자들은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삶의 질이 통제집단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들은 고정된 시각에 변화가 생김으로써 경직된 지각ㆍ감정ㆍ생각ㆍ의도가 유연해졌고, 당면한 상황에서 보다 개방적이고 융통성있는 태도와 행동을 취하게 됐다. 이 밖에 불안, 우울, 대인예민성 및 적대감과 같은 심리적 문제들의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박 소장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동일한 전제하에 암환자라는 점을 감안해 질병의 원인을 성찰하고 죽음을 직면하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박 소장은 “이 실험에서도 실험집단이 통제집단과 비교해 유의한 변화를 보였으며 불안, 우울 등 심리적 문제들의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인간의 이고득락(離苦得樂)에 대해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온 불교와 상담심리학은 호혜적인 교류가 가능하다. 프로그램은 심신치유, 사찰 신도 교육, 템플스테이, 대학교 교양과목, 청소년 인성개발, 기업체 직원 연수 등 목적과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나은 기자

불교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적용된 원리

1. 각자의 삶이 주교재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삶을 주교재로 삼아 자기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무상(無常)ㆍ고(苦)ㆍ무아(無我)에 대해 이해한다: 삼법인(三法印)의 이치를 이해하면 외부 대상, 본인의 몸과 마음 현상에 대한 탐심ㆍ진심이 약화된다.

3. ‘나’를 오온으로 해체해 본다: 대상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대상을 바라보면, 마음이 한층 여유로워진다. 탐심과 진심이 약화되고 알아차리는 힘은 강화된다.

4. 몸과 마음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수용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삼독심(三毒心)이 경감하게 한다. 집착과 두려움 등의 불선심소가 일어나도 수용하면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장한다.

5. 선(善)ㆍ불선(不善)에 대한 안목을 갖는다: 의도가 행위에 선행하므로 의도를 알아차린다. 알아차리는 능력이 커질수록 치심(癡心)은 경감한다.

6. 생각은 새롭게 선택할 수 있다. 감정은 보듬고, 욕망은 조절한다: 불편한 감정을 바꾸기보다 보듬을 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욕망을 조절함으로써 만족감이 증가한다.

7. 유익한 의욕을 일으키고 노력한다: 선ㆍ불선에 대한 안목을 갖고, 선한 행위를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8. 궁극지향, 과정목표, 실천계획을 명료화한다: 목표가 없는 삶은 공허할 수 있고, 지향점이 선명하지 못하면 갈등한다.

9. 소통과 교류의 순기능을 활용한다: 진솔하고 진지한 상호피드백을 통하여, 신뢰감은 증대되고 성찰은 촉진된다.

10. 입출식념(入出息念)을 배우고 익힌다: 호흡을 대상으로 하는 정념(正念) 수행을 하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번뇌가 경감되며, 알아차리는 힘이 강화된다.

11. 자애심을 일으키고 증장한다: 자기에 대한 자애심이 커지면 번뇌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하여도 너그러워진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9-03 오후 4:12: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