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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 진본 인정까지 갈 길 멀어
과학적 분석 한계…훼손 외엔 정확한 조사 불가
‘증도가자’가 진본임이 확실시 되면 세계 인쇄 역사가 다시 쓰인다.

구텐베르그의 <성경>보다 조성연도가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직지>와 달리, ‘증도가자’는 활자 실물이 있어 제작연대만 밝혀지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가 되는 것.

‘증도가자’를 발견ㆍ명명한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9월 2일 다보성미술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5년간 연구 끝에 ‘증도가자’가 진본임을 확신한다. 학계가 함께 연구하자는 뜻에서 미리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학계가 함께 연구해서 진본임을 밝히자”고 말했다.

남권희 교수는 ‘증도가자’가 △활자의 높이가 7~8㎜로 기존에 공개된 고려 및 조선시대 금속활자와 일치하고 △활자에 먹과 흙이 남아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고려 활자인 ‘복’ 활자와 크기와 구리, 주석 납 등이 사용된 제작 성분이 유사하다 등의 이유로 진본임을 주장했다.

남 교수는 “시중의 가짜들은 7㎜ 높이를 맞추지 못할뿐더러, 획과 획 사이를 이처럼 깊이 파지도 못한다”며 “옛 장인 수준의 위작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문화재 위원인 이오희 한국전통문화학교 석좌교수는 “기존 고려시대 금속활자라고 해야 국립중앙박물관과 북한 개성력사박물관이 소장한 두 점이 전부라 보존과학적으로 비교가 쉽지는 않지만 지하에서 발굴된 청동유물에서 나타나는 파라타카마이트 녹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괜챦게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석좌교수는 “구리가 주성분인 청동활자의 연대측정은 불가능하다. 활자에 묻은 먹은 탄소연대측정을 할 수 있지만 그 양이 너무 적어서 이마저도 어렵다. ‘증도가자’의 연대는 과학으로는 풀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증도가자’의 출처가 불분명한 것은 최고 활자로 인정받기 위해 학계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북한 개성 인근에서 흘러나와 일본인 소장가 등을 거쳐 김종춘 고미술협회장이 수집했다고만 전할 뿐 출토 당시 어떤 지층에서 나왔는지, 어떤 유물들과 함께 출토됐는지 등 정보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조동섭 기자 | cetana@gmail.com
2010-09-03 오후 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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