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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비가 다녀가고 움츠렸던 숲이 다시 일어났다. 매미부터 하나 둘 목청을 돋우고,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튀었다. 태안사 오르는 길이다.
동구에서부터 스님은 걷고 있었다. 절까지 이어진 숲길은 연로하신 스님의 걸음으로 걷기에는 조금 멀다 싶어 차를 세워 스님을 모실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차가 스님 가까이 다가가 서는데도 스님은 차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가던 길만 말없이 갈 뿐이었다.
얼마나 미련한 짓을 했을까. 더 이상 차를 몰 수 없었다. 걷고 있는 스님 앞으로 차를 몰수가 없었다. 차를 세우고 비에 젖은 숲길위로 걸어 들어갔다. 절에서 일을 다 보고 절을 나설 때쯤 스님을 다시 만났다. 스님은 여전히 걷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