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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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더불어 살기, 다양한 인생 보여주고파
소설가 김우남 '연희문학창작촌'입주작가 선정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요즘 어느 개그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유행어로, 언제부터인지 최고만 기억하게 된 사회적 분위기를 풍자한 말이다. 소설가 김우남씨는 얼마 전 세상의 최고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굿바이 굿바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세상에서 상처받아 힘들어하는 이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어 만든 이 책은 ‘막장드라마’가 즐비 하는 현 시대에 죽비 같은 소설이다.

김우남 작가는 세상에 상처받은 자들을 조용히 응시하는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온 작가다. 특히 작가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문제의식을 종교적 사유와 맞물려 글로 표현한다. 이러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삶과 종교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이런 김우남 작가의 만나 작품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선생님의 소설은 첫 작품인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와 이번 새로 출간한 <굿바이, 굿바이>에서도 그러하듯, 인간의 삶에 대해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세상살이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투쟁과 반목은, 결국 자기 입장만 내세우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이해 못할 행위를 저지른 사람도 가까이에서 그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처지와 그때의 상황을 들어보면 전혀 이해 못할 게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책을 통해 소외되고 상처받은 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우리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굿바이 굿바이>속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사랑’과 ‘희망’등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인간의 삶에 진정한 ‘사랑’과 ‘희망’은 어떤 것입니까.
“그 순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거예요”라고 쓴 어느 자살자의 글이 생각납니다.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와 사랑으로 껴안아주는 온기입니다. 프랑스 작가 로맹가리가 쓴 <벽>이라는 단편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엉뚱하게 오해하고 불신하고 있습니다. 그 벽만 허물면 전혀 다른 아름다운 세상이 있는데 말입니다.

-<굿바이 굿바이>는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를 다루면서, 자신을 성찰하게 만드는 ‘구원의 글쓰기’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구원’이라는 단어 때문에 자칫하다가 사이비교주로 오인될까 무섭습니다.(웃음) 남들이 보면 너무나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상담치료를 받는 이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문제들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가까운 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상대와 내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 소통의 문제가 해결될 텐데…. 나 자신은 “걸림 없이 살 줄 알라”라는 말을 늘 되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소설에는 유달리 종교가 많이 등장합니다. 특히 불교적인 이야기도 많이 다뤄지지는데요, 한 인간의 삶의 상처를 그려내는 과정을 종교와 연관 지어 풀어낸 의도에 대해 궁금합니다.
모태신앙인 불교는 자연스럽게 나의 영혼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를 믿는 사람들조차 부처님의 말씀을 왜곡, 호도하며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종교를 통해서 위안을 얻고 평정을 찾으려는 현대인에게 불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내 소설 속 작품이 불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어느 종교에 빗대어도 가능한 삶의 문제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굿바이 굿바이>를 출간하신 것에 대한 소견과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설집은 대중소설과 달리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대신 판매가 저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소설집이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3쇄 이상 인쇄된 상화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소설집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컸습니다. 이번 10월부터 3개월 동안 ‘연희문학창작촌’ 입주작가로 뽑히기 됐는데, 그곳에서 현재 준비 중인 장편소설을 쓸 예정입니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가 너무 깊어서 그 기억을 스스로 단절시킨 ‘기억의 조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특이한 행각으로 종단에서 소외된 한 스님의 일생을 통해 불교의 참의미를 되짚어 보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8-30 오전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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