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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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녀는 사랑ㆍ공감으로 이어진 독립적 인격”
불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바람직한 부모자녀 관계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에 싯타르타는 아들의 이름을 ‘라훌라(Rahula: 장애)’라고 했다. 가족은 무엇일까? 정각을 이루기전 왕족인 싯다르타는 가족을 떠나 수행하며 살았다. 부처님은 부모와 자녀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했을까?

부처님은 지극히 사랑하면서도 자녀에 집착하지 않고 자녀를 주체적 인격으로 대할 수 있도록 자녀를 공(空)으로 관조하는 자녀관을 가지라고 했다. 또 부모가 자녀에 대한 경제적ㆍ교육적ㆍ도덕적 의무를 행하여야 하며, 보살사상의 근원이 되는 사섭법(四攝法)을 자녀교육방법으로 권장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상임이사 대오)은 8월 19일 천안 각원사에서 ‘부처님과 함께하는 지혜로운 가족’을 주제로 불교적 출생관, 가족관의 현대적 의미정립 교육을 실시했다.
행사에서 백경임 동국대 사범교육대학 가정교육과 교수는 ‘불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바람직한 부모자녀관계’를 주제로 강의했다.
백경임 교수는 가족 구성원 각자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인연으로서의 ‘도반’이 되며 가족은 ‘수행공동체’라고 설명했다. 백경임 교수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수행을 하기 위한 과제이며, 가족원들은 스스로의 수행을 잘하면서 가족원들이 깨달음을 향해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주고 격려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주관: 불교사회복지연구소
후원: 보건복지부
일시: 8월 19일
장소: 천안 각원사
강사: 백경임 동국대 사범교육대학 가정교육과 교수
주제: ‘불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바람직한 부모자녀관계’

동국대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백경임 교수.

#임신을 위한 마음가짐

불교에서는 윤회과정에서 존재가 거치는 형태의 변화를 사유설(四有說)로 설명합니다. 모든 중생이 모태에 수태되는 순간(生有)ㆍ수태 이후 일생을 마칠 때 까지를 본유(本有)ㆍ사망하는 순간(死有)ㆍ사망 후 그 업력에 따라 다음 생을 받기까지(中有)로 설명합니다. 태아를 주체적인 존재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사론>에서는 임신을 위해서는 어머니 몸의 시기가 맞아야 하고, 부모가 화합해 사랑을 나누고, 건달바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건달바는 전생에 지은 업의 힘으로 생겨난 눈을 통해 비록 멀리 있으면서도 그가 앞으로 태어날 곳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의 결합을 볼 수 있습니다. 남자가 되고자 할 경우에는 어머니가 남자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는 것에 의존하고, 여자가 되고자 할 경우에는 아버지가 여자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는 것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조선조 사주당 이씨가 세계 최초로 태교에 관한 내용만 집대성한 <태교신기>에는 “스승이 10년 가르쳐도 어미가 열 달 뱃속에서 잘 가르침만 못하고, 어미가 뱃속에서 열 달을 가르침이 부부가 교합을 하룻밤 교합을 할 때 바른 마음가짐만 못하다”고 합니다. 정자와 난자 DNA의 우수성에 대해서 논할 수는 없지만 하룻밤 마음에 따라 자녀의 마음 또한 다르게 태어날 것입니다.

때때로 자녀가 “정말 나를 수행을 시킨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또 장애아를 낳거나 할 때 “나는 어째서 이런 과보를 받는가”라고 생각하지요.
원생(願生)과 업생(業生)이 있습니다. 업생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업에 의해 인연 따라 물결에 휩쓸려 살다가는 삶을 말합니다. 원생은 스스로 삶을 갈무리해 도도한 업의 물결을 건너가는 것입니다. 내가 어디에 태어나겠다는 것을 내가 자유자재로 하는 삶입니다. 중생은 업생을 살고 보살은 원생을 산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나를 교화시키기 위해 나에게 태어난 원생의 보살이라면 어떻게 바라보시겠습니까? 자녀는 원생의 보살이 태어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녀교육을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


“어리석은 사람은 단장한 처와 자녀에 탐착하는 애욕이 튼튼하다 하느니라. 지혜로운 사랑은 애욕은 깊고 튼튼한 감옥이니 벗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끊어버려라. 애욕을 멀리하면 편안하리니.”<법구경>
현대의 과보호적 양육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사회는 자녀 과보호가 심각합니다. 자녀는 자신의 발달을 위한 특별한 특권 즉 열등상황을 극복하고 발달할 수 있는 특권(기회)을 부모에게 박탈 당하면서 나약해 집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로 자라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이 골수에 스며들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육방예경>의 가르침 등을 보면 부처님의 자녀관은 “자녀는 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부처님은 자녀에 대한 집착은 반드시 경계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내 아들이다, 재물이다 하여 그들은 괴로이 허덕이지만 이 ‘나’ 또한 ‘나’가 아니거니 무엇을 자식이라 재물이라 근심하리.”<법구경>

부처님은 자녀 또한 ‘공(空)’으로 볼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무아사상에 입각한 부모의 자녀관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 무아사상을 체득하면 자녀도 조건에 의해 구성된 개체일 뿐 그 본바탕에 있어 내 자식이라는 특별한 애착에서 오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모든 존재의 뿌리가 같음을 체득하면서 애착이 끊어지고, ‘너’와 ‘나’의 구별이 없어지며, 남도 나와 똑같이 사랑하게 됩니다.

“비록 자손이 수천 있어도 인연의 화합으로 생긴 것이다. 영원히 서로 갈려 떠나가거니 나와 그대도 또한 그러하니라. 무한한 세상에 윤회하는 사람의 그 부모의 수에는 미치지 못하니라. 일체중생은 과거세에 반드시 나의 부모, 형제, 처자, 친족이었다고 생각할지니라.” <잡아함경>

윤회사상에 따라서 자녀를 바라본다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넘어선 ‘모든 중생과 동일체로서의 자녀관’으로 파악됩니다. 이 자녀관은 내 자녀 내 가족에게 집착하는 가족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현실적으로 자녀가 부모에게 의지하고 보호받아야 할지라도 그 자녀는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고 ‘주체적이고 독립된 존재’로서 인격적으로 대할 수 있게 하는 근원적인 가르침입니다.

“부모도 5가지로 자녀에게 경친(敬親)해야 한다. 첫째, 자녀를 제어해 악을 행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가르치고 일러주어 그 착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자애함이 뼛속 깊이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넷째 자녀를 위한 선한 짝을 구하는 것이다. 다섯째 때에 다라 그 쓰임을 대어주는 것이다.”<장아함경>

사랑을 넘어 ‘경친’이라는 용어까지 나오며 자녀가 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자녀관이 나옵니다. 부모가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자녀가 깊이 느껴 안정된 신뢰관계가 형성돼야합니다. 이렇게 자녀에 대한 싶은 사랑을 강조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오늘날의 가르침에도 그대로 수용돼야 할 것입니다. 현대 부모들은 위의 의무를 일반적으로 하고 있지만 물질적인 충족에 그치고 마는 등 방법에 문제가 있습니다.

“네 가지 섭사가 있다(四攝法). 첫째 은혜를 베풂이요(報施攝), 둘째 정다운 말이다(愛語攝). 셋째 이로운 행동(利行攝)이요, 넷째 이로움을 같이하는 것이다(同事攝). 만약 세상에 섭수가 없으면 어머니는 그 자녀에게서 공양과 공경을 받을 수 없고 아버지가 자녀에게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이 섭법이 있으면 큰 복을 얻고, 멀리 비추기 햇빛 같아서 이익도 빠르고 드날리기도 빠르니라.” <중아함경>

‘보시’와 ‘이행’은 부모로서 당연한 의무입니다. 사섭법 중에서도 ‘애어’는 자녀를 칭찬하는 긍정적인 양육법이며, ‘동사’는 자녀를 중심으로 그의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이끌어가는 자녀양육법입니다. 애어와 동사는 돈이 들지도 않으면서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어려습니다.
애어는 칭찬요법입니다. “너 참 착하지, 가서 뭐 좀 사올래?” “너 참 예쁘다”는 칭찬이 아닙니다. “지난번 보다 성적이 굉장히 좋아졌는데? 열심히 한 보람이 있겠구나” 등 잘 한 일이 있을 때는 바로 구체적인 내용으로 칭찬해야합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경찰관처럼 지시는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입니다. 하지만 칭찬을 하다보면 상대의 저항이 반드시 있습니다. 이럴 때는 “내 수행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하십시오. 효과는 생각이상으로 좋습니다.

동사섭은 상대의 모든 것을 다 같이 할 수 없지만 정서적으로 그 사람을 따라가 주는 것을 말합니다. 감정이입, 공감이라고도 하는데요, 애착을 띄고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며 인격적으로 대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1~3세 까지는 아이를 깊이 사랑해 정서적 공감이 이뤄져야 합니다. 자녀가 학교를 안 가려고 할 때 “안가면 너만 손해지, 너 뭐가되려고 하니, 학교도 안가고 어떻게 살라고 하니, 때려 쳐라”는 반응은 아이가 갈 곳을 없게 만듭니다. 이럴 때는 “너 정말 속상하구나, 무슨 일이 있었니”라며 그 아이의 정서에 공감을 하면 알아서 학교를 다닙니다. 또 “난 엄마가 싫어”라고 한다면 아주 어렵겠지만 “너 엄마한테 굉장히 화났구나?”라며 꼭 껴안아 주면 됩니다. 인격적으로 존중하면 알아서 두고 공감만 하면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동사섭, 정서적 공감은 굉장히 힘든 수행입니다.

천안 각원사 불교대학 학생을 비롯한 지역 시민 150여 명이 8월 19일 각원사에서 열린 불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바람직한 부모자녀 관계 강의를 듣고 있다.

#자녀를 진리의 길로 이끄는 훌륭한 부모, 스스로 자아완성에 주력하는 부모

“그 아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하면서 ‘내 아들아!’라고 그대는 울부 짖는다. 그러나 그 아이가 오고 간 길을 알게 된다면, 그대는 아이 때문에 슬퍼하지 않으리.” <장노니게>
부모가 자녀에 대한 애착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부모가 자녀에게 갖는 정서적 유대감으로써의 애착은 극복돼야할 정서입니다. 경전에는 부처님이 자녀를 잃고 괴로워하는 부모들에게 애착으로 괴로워하는 부모들에게 윤회전생의 인생관으로 생사의 당위성을 설명합니다.

또한 수행자의 삶을 사는 부모는 자녀를 불법으로 이끌게 됩니다. 부모의 필요에 의한 자식이 아니고 진정으로 자식의 행복을 위하는 부모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부모는 자녀를 부모자신보다 더 나은 존재로 키우도록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잘 가르쳐야하는 부모의 역할은 더욱 강력한 부모의 의무가 됩니다. 잘 가르친다는 것은 세속적인 출세지향적 가치관에 의한 자녀 성숙이 아니라 불자들의 경우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을 살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또한 불교적 가치관에 의한 도반으로서의 가족구성원들은 각자의 수행을 위해 정진하게 됩니다. 부모가 스스로의 자아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발달 과제가 됩니다. 수행을 통해 부모가 성숙한 통찰력을 갖게 되면 가족에 대한 깊은 이해로 부모자녀관계는 원만해지고 가정은 행복해집니다.

또한 자녀가 부모에게 행해야 할 도리가 있습니다. 초기불전에는 부모에 대한 자녀의 보은(효)에 대한 가르침을 여러 곳에서 살펴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부모에게 물질적인 혜택이나 순종의 미덕이 아닙니다.

세속적인 시각에서는 부처님도 불효자입니다. 싯다르타는 아버지 정반왕이 출가를 말렸지만 출가를 했고, 궁에 와서 살라고 해도 다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정법염처경>에는 “부모를 법 가운데 머무르게 하면 다소 보은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 효는 부모를 법 가운데 머무르게 하면 다소 보은을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양모는 불교교단 최초의 비구니가 되는데 후일 “나고 죽는 모든 것들의 최상자이시여, 영웅호걸이시여, 모든 사람들을 괴로움으로부터 구원해 주신 당신께 예배 드립니다”라고 자신의 아들인 붓다에게 극한의 예의를 표합니다. 효에 대한 가르침은 보다 적극적으로 부모를 이끌 수 있는 자녀를 요구하면서 옳지 못한 부모의 말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는 종교적 차원의 불교의 독특한 효 개념이라고 할 것입니다.

자녀가 부모보다 불법에 가까울 때 효도를 하는 것입니다. 스님이 좋아 출가를 원할 때, 나보다 불법에 수승할 때 최고의 효자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보다 불법에 수승할 때 최고의 효자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10-08-27 오후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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