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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일산병원에 색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1층 로비 접수처 뒤에 붙은 대형 화폭에는 형형색색의 그림이 붙어있었다. 그림들은 환자와 보호자, 방문객 등 수백의 사람들이 오다 가다 한 장씩 그려 붙인 만다라로, 지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 대형 그림판에 붙여진 모습을 보고 또 보며 발길을 떼지 않았다.
동국대 일산병원(병원장 이진호)과 선문화진흥원(원장 강진구)은 7월 15일~8월 31일 병원 1층 로비에서 만다라를 이용한 아트메디테이션(Art meditation)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행사는 ‘3S(Simple, Smart, Speed)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일 오전 11시~2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진행됐다.
아프면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는 곳 병원.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신세를 지기도 하지만 병원에서의 시간은 불안, 초조, 두려움, 걱정에 휩싸인다.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지루한지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병원 문을 나설 때면 뒤도 안 돌아보고 휑~하고 떠나버리는데 여기서는 달랐다.
몇몇 환자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 한 장씩 그림을 그려 붙이며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의 마음도 살폈다. 때론 낮이고 밤이고 대형 벽화에 붙여진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 명상하듯 고요히 바라보고 돌아가는 이들도 많단다. 대단하고 화려한 작품은 아니지만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살피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 셈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문양의 만다라를 색연필, 크레용, 사인펜 등을 이용해 색을 칠했다. 어린이 색칠공부도 아니고 저것이 무엇일까 싶지만 생로병사에 대한 고민을 문득 하게 된 어른,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구분 없이 모두가 진지한 자세로 동참한다. 또 대부분이 상당히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내면의 중심을 찾아간다.
참가자들은 “내 안에 잠겨져 있던 것이 풀어져 나온다” “내 중심을 찾은 것 같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린다” “그냥 재밌다” “편안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의상 대사의 대형 ‘화엄일승법계도’와 만다라판에는 병원을 찾은 사람들의 만다라가 붙여졌다. 만다라 하나하나에는 자신의 내면을 담은 제목이나 글, 이름을 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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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희망, 확신, 멍든 내 맘, 꽃 피움, 꽃 같은 별, 안개 속을 걷는 나 새벽은 곧 온다, 마음의 번뇌 비우면서, 언젠가 모두가 정토에, 남편의 수술이 잘되길 바라면서, 나비의 여행, 꿈을 뿌리는 나비, 건강희망, 꿈, 그리움, 분노의 억제, 인정, 사랑한다. 영숙 건강회복 기원’
아내의 건강검진을 위해 함께 왔다는 홍기문(57)씨는 초록색과 빨간색을 번갈아 사용해 꼼꼼하게 만다라를 칠했다. 완성한 만다라가 썩 마음에는 들지 않았는지 “더 잘 칠할 것을 그랬네”라며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잘했죠?”라며 봉사자들에게 되묻기도 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장난 삼아 해봤는데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 좋았다”며 흡족해했다. 아내 정정자(58)씨는 “다들 참 예쁘게 잘 한 것 같다.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며 대형 만다라를 감상했다.
조애리 선문화진흥원 아트메디테이션 강사는 “병원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것은 처음인데 호응이 상당히 좋다”고 한다. 입원 환자나 보호자 등은 ‘아픔’을 통해 자신의 삶과 자신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시점일 뿐 아니라 건강할 때는 몰랐던 많은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조애리 강사는 “오랜 병원 생활의 환자나 보호자의 경우는 병원 내에서 특별히 할 것이 없다 보니 지루한 일상 특별한 체험으로 다가간다”고 말했다.
만다라 아트 컬러링와 아트메디테이션(Art med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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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메디테이션(Art meditation)은 그림, 만들기, 춤 등의 다양한 표현 예술 치료기법과 통합심리학, 현대분석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억눌려있던 자신의 감정과 문제를 표현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해결되지 않았던 감정들을 해소해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이 되도록 돕는다.
만다라 아트 컬러링은 어린시절 누구나 해 봄직한 색칠공부와 같은 식으로 진행된다. 밑바탕에 그려진 만다라 그림에 여러 가지 색과 방법을 이용해 색을 칠하며 내적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해 마음의 기쁨과 평안을 얻게 한다. 같은 문양에도 각기 다른 제목과 모양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만다라 그리기 명상을 매일 하면 내적고요, 마음의 조화와 균형, 자신의 중심으로부터 오는 힘, 집중력 향상 등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이번에 진행된 만다라아트 프로그램은 만다라를 감상하거나 그리기 작업으로 내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심리치유 프로그램이다. 만다라는 원상(圓相)이라는 의미로 내적 중심과 본질을 얻는 것을 뜻한다. 신성한 단에 부처와 보살을 배치한 그림으로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것이다. 1세기 말경 불상과 보살상들을 예배의 대상으로 조성된 것이 7세기 만다라를 발생시켰다. 힌두 탄트라 도상인 얀트라를 밀교에서도 받아들여 본격적인 밀교 만다라가 조성됐다. 또 세계민속 풍습으로 병을 치유하기 위해 그려지거나 안전을 위한 주술적 용도로 그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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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와서는 심리치료나 개인의 자아치유를 위해 그려지고 있다. 분석적이며 이성적인 한계점과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적 불안에서 벗어나 균형잡힌 삶과 자기와의 통합, 우주와의 합일을 찾으려는 의식적, 무의식적 욕구를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