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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들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물꼬를 텄다. 8월 27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하 종교인 모임)은 5ㆍ24 남북교역 중단 조치 이후 개성 육로를 통한 첫 방북 및 북한식량지원을 성사시켰다.
이날 방북한 종교인은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장 김대선 교무, 천주교주교회의민족화해위원회 대북지원 대표 김훈일 신부, 전 대한성공회 서울대교구 교구장 박경조 주교,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 박남수 천도교 선도사, 경동교회 당회장장 박종화 목사, 신촌성결교회 담임 이정익 목사, 갈릴리교회 인명진 목사 등 9명이다.
종교인 모임은 밀가루 300톤 분량의 물자운송차량 25대와 함께 오전 9시 임진각을 출발해 통일대교를 지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식량을 전달하고, 이날 오후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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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300톤은 6월 17일 북한 개성시(개풍군 포함), 황해북도 장풍군, 금천군과 황해남도 배천군, 청단군, 연안군 등 6개 지역 유치원, 탁아소 어린이와 취약계층, 쌀이 없는 북한주민들에게 식량으로 지원된다. 남북정상회담 및 대북 인도적 지원 촉구 서명에 동참한 5개 종단 종교인 528명의 모금으로 마련됐다.
이날 종교인을 통해 시작된 대북 식량지원에는 조계종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5일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북한 담당관 두 토번(Due Torben)의 예방을 받고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쌀 창구를 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불교계는 민족공동체추진운동본부를 통해 지속적인 대북구호활동을 펼쳐왔다”며 “불교계 차원에서의 지원과 정부차원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해 직ㆍ간접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대북 지원에 나설 뜻을 밝혔다.
아래는 종교인모임이 8월 27일 떠나기 전 발표한 “국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전문
“국민들에게 드리는 말씀”
지난 6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우리 5개 종단의 종교인 528명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란 이름으로 “남북 정상 회담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며” 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일이 있었습니다. 천안함사태 이후 거의 중단된 대북인도적 지원과 경색된 남북관계의 화해와 평화의 물꼬를 틔우고자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우리 종교인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기자회견 이후 정부는 종교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 하였으나 종교인들이 계획한 밀가루 300톤 북한 지원을 안타깝게도 두 달 가량이나 미루다가 이제야 허락 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북한에서는 수해로 개성, 신의주, 흥남 지역에서 인명피해, 농경지 침수 등의 큰 피해가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북한의 식량난 악화가 더 가중된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수해가 아니더라도 국제엠네스티 보고서에 의하면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900만여 명이 심각한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WFP는 북한에 대한 외부지원 감소로 9월이 되면 유엔의 북한 지원 식량이 모두 바닥 날 것이며, 실제 북한의 수요보다 25%가량 식량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우리 종교인 모임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결단을 내려 오늘 이렇게 조그만 분량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다행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평화공동체 건설을 먼저 만들 것을 선언하였습니다.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 우선이고 기본이라고 봅니다. 주민들의 삶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인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는 요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개성지역 여섯 곳에 밀가루 300톤 지원을 계기로 최근 여야 정치인들이 제안하는 북한 쌀 보내기 등의 인도적 지원을 정부에서 적극 수용하여 북한주민들의 생명을 살리고 남북화해와 평화를 실현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 종교인들은 인류에 대한 조건없는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늘 사명으로 느끼기에, 가장 가난하고 굶주린 자를 위하는 것이 곧 우리 모두를 위하는 것이라는 종교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의 고통이 해결되고 한반도의 평화가 실현되는 그 날까지 계속적인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2010.08.27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