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5대 총림의 하나인 고불총림 백양사의 총림 지정이 정당한 지를 확인해 달라는 청구가 조계종 법규위원회에 접수됐다.
중앙종회의원인 의연 스님(성남 장경사)은 8월 26일 조계종 법규위원회에 고불총림의 총림 지위를 묻는 서류를 접수했다.
스님은 청구서에서 1996년 고불총림을 지정한 중앙종회의 결의는 서옹 스님(前 백양사 방장ㆍ2003년 입적)이 백양사에 주석한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서옹 스님이 입적한 지금 백양사의 총림 지위는 재확인돼야 한다는 등의 취지를 구했다. 또, 총림이 해제되지 않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당하는 권리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총림의 경우 주지를 방장이 지명하기 때문이다. 총림이 아닌 일반 교구본사는 산중총회를 통해 주지를 선출한다.
총림 지정 해제 청구의 배경에는 (주지 임명 권한이 있는) 백양사 방장 수산 스님과 지선 스님 측의 10여 년간 이어져 온 갈등이 불거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두 스님의 갈등은 수년 전 백양사 성보박물관장이던 지선 스님 측 00 스님이 탱화를 전시하면서 증명을 방장이 아닌 지선 스님으로 표기한 것을 비롯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또, 수산 스님의 방장 취임 후 임회에서 주지를 추대하던 관례를 깨고 주지 임명이 일방적으로 임회에 통보되면서 백양사 내 중진스님들과도 사이가 틀어졌다.
총림 해제 청구의 직접적인 배경은 지선 스님이 최근 종무소로부터 백양사내 노석산방에서 퇴거해달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부처님오신날 노석산방에서 연등 권선을 별도로 받은 사건이 있었고, 대중공사에서는 큰절 내에서 각 살림을 한 것은 부당하기에 지선 스님을 퇴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던 것.
의연 스님은 “노석산방에서 연등 권선을 했다는 것은 총림 지위와는 무관한 별개의 건”이라면서도 “노석산방은 따로 살림할 자리도 못된다. 부처님오신날이라 해서 사제가 불전에 마지 올린 것을 트집 잡아 지선 스님을 음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님은 “이번 청구건은 고불총림 백양사의 총림 지정을 해제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고불총림 백양사의 법적 지위를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수산 스님 상좌인 만당 스님(조계종 기획국장)은 “노석산방에서 연등 권선했던 증거가 있다”며 “방장스님은 산중공사서 지선 스님을 퇴거시키자는 결정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스님은 “종헌ㆍ종법에는 총림의 지정과 해제만 있을 뿐 조건부 지정은 없다. 특히 2003년 중앙종회가 현 방장 스님을 인준함과 동시에 1996년 당시의 조건부 인준 조건은 소멸된 것”이라 반박했다.
법규위원회는 30일 회의를 열어 이번 건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