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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하안거 해제를 하루 앞둔 8월 23일, 영축총림 통도사에는 늦여름이 한창이었다.
방장 원명 스님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스님은 수차례 고사 끝에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이 직접 찾아가 말씀드리고 나서야 만남을 허락했다.
“2007년 방장 취임 당시에도 기자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때 내가 물었습니다. ‘스님이 속세를 버리고 산중에 와 공부하는데 세속 사람들이 알아야할 이유가 뭐꼬?’하니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우 스님이 거들었다.
“방장스님, 세속 사람들이 스님을 다 만나 뵐 수 없어 귀띔해주러 온 것 아니겠습니까?”
원명 스님은 2007년 4월 영축총림 방장에 취임했다. 초대 방장 월하 스님이 2003년 12월 입적한 뒤 4년만의 일이었다. 원명 스님은 방장 취임 당시는 물론 그동안도 언론과의 접촉을 크게 꺼려왔다. 안거 결제·해제마다 내리는 법어가 대중이 스님을 만나는 방법이었다.
원명 스님이 말을 이었다.
“통도사는 부처님 사리탑이 있는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궁에 와서 절하고 가고, 주지스님 만나고 가면 되는 곳이지, 내게까지 찾아올 이유는 없습니다.”
스님에게 수행이 무엇인지 물었다.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리 아십시오.”
그러면서도 스님은 손수 붓글씨를 써서 만든 다포를 들어 보이며 화두를 건넸다.
“한산습득 가가소 수능식(寒山拾得 呵呵笑 誰能識)이라. ‘한산과 습득이라는 두 스님이 껄껄 웃는 것을 누가 능히 알겠는가’라는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이유를 알겠습니까?”
원명 스님은 “한산·습득 두 스님이 왜 웃었는지를 알면 나고 죽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