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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0여 선원의 2500여 운수납자들이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수행 열기로 하안거를 마치고 운수행각에 나섰다.
경인년 하안거 해제일인 8월 24일, 전국 사찰과 함께 불지종찰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정우)에서도 하안거 해제법회가 봉행됐다.
통도사 설법전에서 열린 해제법회에는 보광선원 47명, 극락암 호국선원 28명, 서운암 무위선원 21명, 조계암 대적선원 7명, 석남사 정수선원 49명, 내원사 동국제일선원 39명 등과 재가자 안거 도량인 보살선원 67명 등 방부 들였던 400여 명과 신도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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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원명 스님은 하안거 해제법어에서 “범부와 성인을 뛰어넘는 근본 도리를 밝혀보려고 모두들 한 철을 두문불출하고 애를 썼다. 나름 약간의 성취도 있었겠지만 과연 깊이 했었는지 다시 살펴봐야한다”면서 “공부가 조금 수월해지고 진보한 듯해도 그것은 아직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혼신을 다해 깊숙이 살펴서 넓고 큰 바다가 돼야지 얕은 물처럼 소리만 요란해서는 안된다. 산문을 나서는 납자는 걸음걸음이 근본을 살피는 길을 걸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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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정우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대중이 더위 속 열악한 환경에서도 수행·정진해 하안거를 성만함을 축하한다”면서 “외호대중으로서 앞으로도 수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계종은 전국선원수좌회의 <경인년 하안거 선사방함록>을 인용해 “전국 104개 선원(총림 5곳, 비구선원 61곳, 비구니선원 38곳)에서 2257명(비구 1182명, 비구니 864명, 총림 204명)의 대중이 용맹 정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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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의 경인년 하안거 해제법어 전문.
解制法語
水盡險途歸海碧 (수진험도귀해벽) 이요
稻經多日得秋黃 (도경다일득추황) 이라
此庵從古無餘物 (차암종고무여물) 하니
松竹連天一色長 (송죽연천일색장) 이로다
물은 굽이굽이 거쳐서 넓고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벼이삭도 여러 날 햇볕을 견뎌야 가을에 누렇게 익네.
이곳엔 옛 부터 다른 물건은 하나도 없고
송죽만 하늘과 맞닿아 일색으로 푸르구나.
오늘은 모두가 (解制)해제 날 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고인이 말하기를 “애초에 묶어 놓은 적도 없는데 오늘 무엇을 풀려고 하는가?”라고 했습니다.
이 말의 본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범부와 성인을 뛰어넘는 근본 도리를 밝혀보려고 모두들 한 철을 두문불출하고 애를 썼습니다. 나름 약간의 성취도 있었겠지만 과연 깊이 했었는지 다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곧바로 바다 속에 들어가 힘껏 물질을 해 보아야지
억새꽃이 얕은 물에 급히 흘러가는 것에 속지 말지어다.”
이렇게 고구정녕한 경책의 말씀을 남겨 두었습니다.
이 말씀 한마디만으로도 (河海)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었다 할 것입니다.
공부가 조금 수월해지고 진보한 듯해도 그것은 아직 과정에 불과 할 뿐입니다.
조금 애쓰다 놓아버리면 제자리로 돌아와 버리게 됩니다.
고인의 말씀처럼 혼신을 다해 깊숙이 살펴서 넓고 큰 바다가 되어야지 얕은 물처럼 소리만 요란해서는 안 됩니다.
산문을 나서는 납자는 걸음걸음이 근본을 살피는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산 아래 길을 알고 싶으면 지나온 사람에게 물어보라.” 했습니다.
무수한 난관을 지나 온 이에게 물어서 거듭 헤매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선지식은 바로 그러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분명하게 지시해 줄 것입니다.
해제는 자신의 막힌 곳을 선지식에게 묻고 골똘히 해서 명철하게 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한 철 동안 애쓴 것이 헛되지 않게 운수납자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와서 다시 한 바탕 애를 써 보기 바랍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無事漢)무사한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一肩霞衲任風塵 (일견하납임풍진) 이여
定靜工夫不是眞 (정정공부불시진) 이라
虎穴魔宮隨處樂 (호혈마궁수처락) 하니
逍遙天地作閑人 (소요천지작한인) 이로다
어깨에 누더기 걸치고 풍진에 내 맡김이여!
고요한 곳의 공부는 진실하다 할 수 없네.
호혈과 마궁에서도 마음대로 즐길 수 있어야
천지를 소요하는 한가로운 이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