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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거 비행접시 같애!”
열한 살 난 저자의 딸이 둥그런 외형에 돔(doem) 형식을 한 부산 안국선원을 두고 한 말이다. 산속의 전통 한옥 형식이 아닌 도심 주택가에 자리 잡은 안국선원은 색다른 형태의 도심사찰의 모습이다.
오랫동안 부산일보 문화부 종교담당 현직기자로 몸담고 있는 저자는 전국의 38곳의 종교건축물을 답사하며 나름대로의 감성을 통해 종교건축을 이야기 한다.
저자는 “교회나 사찰 등 종교건축은 본질적으로 다른 건축과는 다르다”라고 소개하며 “종교건축은 거룩함과 세속적인 것, 영원함과 무상함이 서로 만나며, 신 혹은 절대자를 향한 예배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기쁨이나 슬픔, 공통과 환희 등 모든 인간적 관심사를 해소하는 안식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출가한 종교인도 아니고, 건축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저자는 건축물에 대한 비평이나 감식 따위를 논하는 행위는 일찌감치 버렸다. 다만 종교건축물의 역사와 특징, 그 건축물만이 갖고 있는 느낌 등을 저자 특유의 필체로 말하며, 건축물을 통해 수많은 법문과 설교, 강론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무언의 가르침과 종교적 희열 등을 책을 통해 이야기 한다.
저자는 “사람 마음은 간사한 것이라 신앙과 구도의 길에서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 길에 불변의 것은 없을까 고민하다 시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건축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이슬람교 등 각 종교의 건축물들을 뛰어 다니며 저자는 ‘사람들은 저런 건물을 올리면서 무슨 마음을 가졌던 걸까?’ ‘하나하나의 문양과 조각을 통해 그들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던 걸까?’ ‘말없이 서 있는 저 건축물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읽고 느껴야 하는 걸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아 헤맸다고 한다.
종교건축은 영성이나 깨침과 같은 종교적 이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당대 최고의 지성과 고도의 기술이 갈무리돼 있는 곳이다. 책장을 넘기면 다양한 건축물들의 사진과 글을 통해 엄숙한 종교의 가르침을 건축물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임광명 지음|클리어마인드|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