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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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 실천하는 가르침을 주셨다"
시인 소설가 등 16명의 회고 담은 '맑고 아름다운 향기'



사람들은 법정 스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법정 스님은 입적 후에도 <시사저널>에서 조사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 10위 안에 들만큼 종교인, 문학인, 다(茶)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이런 법정 스님이 남긴 발자취와 그 향기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법정 스님을 추모하는 책이 출간됐다.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언론인, 종교인 등 우리 사회각층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16명의 저자들은 법정 스님에 대한 각자의 에피소드들을 다루며 스님을 회고했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법정 스님을 자연주의인 생태 사상가로 바라보며 스님의 사상과 정신에 대해 이야기 했다. 임헌영 씨는 “꽃이 철따라 피고 지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기온과 햇볕과 토양과 분의 영향이라 하겠다. 하지만 법정 스님은 ‘생명의 신비요, 자연형상’인 우주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그 해명이 불가능 하다”며 “자연의 생명력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스님의 사상은 <텅 빈 충만>의 ‘수류화개신 여담’에서 잘 나타나 있는데, 이는 생태 철학적 상상력의 외연은 사회학적인 쟁점과도 그 맥이 닿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임헌영은 “법정 스님은 차분하게 선(禪)의 자세를 취한 채 정치와 과학이 못하는 일을 종교가 담당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은 선승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수필가 권대근씨는 “법정 스님은 종교인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수필가 였다”라며 “스님의 수필은 ‘우회성’적인 기법에서 그 가치의 빛을 발한다. 그 ‘우회성’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늠 문학적 상상력의 고지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 수필가들은 앞으로 법정 스님의 수필의 가치 체계를 정립해야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밖에도 가톨릭 수도인 강희경 수녀는 “<무소유>를 읽고 법정 스님을 수행자로서 마음의 도반으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가톨릭의 수도자는 수련기를 거친 후에 청빈, 청결, 순천명의 세 가지 서원을 한다. 이들 서원 가운데 청빈이 무엇인지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준 것이 바로 <무소유>였다”고 덧붙였다.

법정 스님은 불교의 선승이셨지만 종교의 계파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 대중의 스승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련과 고난을 겪고 있을 때, 스님은 ‘무소유’란 단어 하나로 삶의 위로와 충만함을 느끼게 했다. 세속적인 삶 속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초월적 가치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짊어진 물질과 욕망의 짐을 잠시라도 내려놓게 했다.

불자이든 아니든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은 스님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스님이 과연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였으며,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계신지 되짚어 보게 한다.

맑고 아름다운 향기|임헌영·박석무 외 14인 지음|스테디북|1만2000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8-23 오후 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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