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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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에 근대 옷 입힌 불모(佛母)
미술평론가 윤범모 교수 ‘김복진 연구’서 조명
정관 김복진(1901~1940)


정관 김복진(1901~1940)은 일제 식민통치시기에 한국 근대미술의 토대를 이룩한 선구적인 미술작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는 일반 조소작가와 달리 전통적 불상예술에도 일가를 이루어 근대기 불상조각의 모범을 선보인 ‘불모(佛母)’였다.

그의 대표적인 불상 작품으로는 <금산사 미륵전 본존상> <속리산 법주사 미륵대불(미완성)> <정혜사 관음보살 좌상>등이 있으나 그의 작품이라는 것은 최근에 들어서야 알려졌다.
금산사 미륵전본존상 1936년. 금산사 미륵전 봉안.

불교미술비평과 미술평론가인 윤범모 교수(경원대)는 30여 년간 김복진의 작품발굴과 연구에 천착했고 그의 작품과 삶 및 사상을 조명한 학술서 <김복진 연구>(동국대출판부 刊)를 펴냈다.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 김복진은 1925~1940년 요절할 때까지 5년 반가량의 옥중생활을 제외하고 10년 정도에 불과한 짧은 기간 동안 근대기 최초의 조소작가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윤범모 교수는 “김복진은 미술평론가, 문예운동가, 사회주의 조직운동가 등으로 다채로운 활동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미흡하다”며 “그의 유작이 전무한 이유와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직계가족의 단절 과 사회주의 활동 경력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소작가로서 김복진은 나부상(裸婦像)과 같은 일반 작품에서부터 기념 조형물이나 불상과 같은 작품 50여 점을 제작했다. 그의 일반 작품가운데 <백화>와 같은 작품은 전통적 소재를 새롭게 조형화한 것이고, <소년>은 식민지하의 시대정신을 염두에 둔 대표작에 해당한다.
백화 1938년. 조선미전 출품작

특히 불상조각의 모범을 선보이는 그가 조성한 불상은 주로 미륵상으로 신라 불상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해 근대성을 부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재료의 사용에 있어 금산사의 소조에서부터 미완의 <법주사 미륵대불>의 시멘트에 이르기까지 재료의 다양화를 시도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금산사 미륵불의 마케트(모형)에 해당하는 계룡산 소림원 소장의 <미륵불 입상>을 발굴ㆍ확인해 소개하고 있다.
소년 1940년. 조선미전 출품작

김복진은 조소작가로서 일가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1920년대 진보적 문예운동사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수행한 예술가였다. 그는 동생인 김기진, 그리고 박영희 등과 함께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을 주도적으로 결성했고, 실질적인 지도자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고려공산청년회 조직 책임을 맡아 일제하 광주학생운동사건과 같은 민족독립운동의 한 흐름을 형성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후 김복진은 1927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돼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를 배제하고 조선의 독립을 도모”한 이유로 5년 6개월간 투옥생활을 했다.

윤범모 교수는 “김복진은 여태껏 감옥생활 중에 불교에 귀의, 불상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복진은 이미 도쿄 유학 시절 도쿄의 한 사찰에서 득도한 불자였다”며 “그는 승려 생활까지 체험했을 정도로 불교와 깊은 인연이 있었으며 이 같은 불교 체험의 결과가 본격적인 불상작품을 제작하게 된 배경일 것”이라 추측했다.
소년 1940년. 조선미전 출품작

윤 교수는 또 “김복진은 진보적 사상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전통, 그 중에서도 불교사상에 심취했다. 그는 전통과 진보 혹은 민족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 등의 갈래에서 민족미의 근대적 구현에 하나의 전형을 남긴 선구적 작가였다”고 평가했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8-23 오후 1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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