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인해 백제의 역사가 매장돼서는 안된다.”
공주 마곡사(주지 원혜)와 왕흥사지문화재보존대책위원회, 불교환경연대 등은 8월 20일 정부의 4대강 사업 훼손 논란을 빚고 있는 부여 왕흥사지에서 천도재를 봉행하고, 현장 실태파악 및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마곡사 주지 원혜 스님은 총무 화봉 스님이 대신한 격려사에서 “백제의 국찰인 왕흥사지는 백제불교문화의 우수성과 신비스러움을 밝혀주는 열쇠”라며 “백제 왕이 배를 타고 건넜을 나루터와 왕흥사를 잇는 길을 4대강(금강)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무참하게 짓밟고 있다. 파낸 준설토로 인해 백제 유적이 죽어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스님은 “왕흥사지 등 백제 유적을 세계인의 유산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할 때”라며 “충남도와 시ㆍ군 지자체, 환경운동가, 종교계가 함께 손잡고 정부의 막가파식 금강 개발을 저지하자”고 강조했다.
왕흥사지는 백제 목탑 중 최초로 사리기가 봉안된 사리장엄구가 출토된 유적으로 백제 유적의 보고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진행 중인 4대강(금강) 사업은 왕흥사지 경계로부터 5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등 발굴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왕흥사지 주변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특히 마곡사 등 충남지역 불교계는 왕흥사지 발굴 조사에 불교계가 배제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현장설명회를 통해 “왕흥사지는 유물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 역사 교과서가 바뀌어야 할 정도의 가치를 지닌 곳”이라며 “더욱이 왕흥사지 영역이 어느 정도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