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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엉덩이 밑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서 엉덩이가 허공에 뜬 것처럼 상쾌하다. 똥을 누기가 미안할 정도로 행복한 공간이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여행>에서 선암사 해우소를 배설의 낙원이라며 승주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똥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선암사 화장실에 가서 누라고 했다. 아마 이른 봄이었던 것 같다. 그는 쭈그리고 앉아 창살 사이로 매화나무며 눈 덮인 겨울 숲을 보며 볼일을 보았던 것 같다.
“이 화장실에서도, 심하지는 않지만 냄새가 조금 나기는 난다. 이 냄새는 역겹지 않다.”
그는 두엄 속에서 서서히 삭아가는 그 냄새를 ‘마땅한 냄새’라며, 그것을 ‘그리운 것’들 중의 하나로 이야기했다. 그리운 것들이 늘어간다. [인용문ㆍ자전거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