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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물질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철학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양철학의 전통적 용어와 개념으로는 이 작업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나 불교철학으로는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김성구 이화여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취득한 석사학위 논문 ‘물리학과 인지과학의 통섭적 이해를 위한 천태적 접근 연구’에서 마음과 물질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천태사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마음과 물질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과학과 물리학의 통섭적 이해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불교는 세상을 어떤 실체를 가진 존재가 있다고 보지 않고 사건 중심으로 본다. 물질이나 정신을 어떤 실체라고 본다면 정신-물질의 이원론이나 유물론, 유심론 중 어느 하나로 세상을 보게 되고 어느 관점으로 보든지 사물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질은 정신이 만든 것이고 정신은 물질이 만드는 것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양자역학과 신경과학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관점인데 이러한 관점을 전통적인 서양철학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구 교수는 “과학은 복잡하고 다양한 자연현상가운데서 이 현상을 지배하는 보편성인 법칙을 찾아내 자연현상을 보편 통일적으로 기술 하는 것이다. 과학의 마지막 꿈은 소립자에서 우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자연현상을 하나의 법칙으로 기술하는 것”이라며 “이 논문에서 특별히 천태사상에 주목하는 것은 많은 불교 경전과 논서에서 불교사상을 다양하게 해설한 것을 천태대사가 통일적인 시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함경>에서 고집멸도를 말하는데 <반야심경>에서는 무고집멸도를 말하고 있다. 천태대사의 교판에 의하면 이 둘은 같은 내용을 다르게 표현했을 뿐이라는 것.
김성구 교수는 “천태사상은 세 가지 면에서 과학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하나는 천태사상이 가진 통일성이고 다른 하나는 교관일치 사상이며 나머지 하나는 천태사상의 이론적 구조가 마음과 물질을 포함하는 현상계의 구조와 같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배우던 때에 반야심경의 내용을 접했다.
그는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점점 더 반야심경의 내용이 현대물리학의 내용과 유사하다고 느꼈다”며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는 현대불교신문에 ‘반야심경과 물리학’이라는 주제로 연재를 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불교와 물리를 연구하면서 김 교수는 불교가 ‘미래의 종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우주적 종교(cosmic religion)라는 말을 사용했다. 우주적 종교는 미래의 종교로서 과학에 영감을 주고 그 교리가 과학적으로 뒷받침 받는 종교를 뜻한다. 불교가 바로 이 미래의 종교의 좋은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불교의 용어와 개념을 현대과학적 용어와 개념으로 정리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