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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로버트 버스웰)은 8월 12~13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간화선, 세계를 비추다(Ganhwa Seon, Illuminating the World)’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첫째 날인 12일에는 혜국 스님(前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대표)이 ‘간화선의 유래와 수행방법’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았다. 이어 △로버트 샤프(UC버클리대 교수)의 ‘선공안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의 ‘간화선의 3요체와 37보리분법의 5근ㆍ5력에 대한 비교 고찰’ △나타샤 헬러(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명 박사)의 ‘거울을 닦는 도구’ △종호 스님(동국대 교수)의 ‘화두의 내재적 구조 일고(一考)’ △혜민 스님(美 햄프셔대 조교수)의 ‘돈오의 점진적 체험’ △이덕진(창원전문대 교수)의 ‘간화선의 한국적 이해’ △김방룡 (충남대 교수)의 ‘한국 근현대 간화선사들의 보조선에 대한 인식’ △제임스 랍슨(하버드대 부교수)의 ‘대사대오(大死大悟)의 선’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둘째 날인 13일에는 수불 스님(안국선원 선원장)이 ‘간화선 수행의 대중화’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는다. 이어서 △혜원 스님(동국대 교수)의 ‘선종에서의 수선(修禪)의 전개와 간화선’ △할보 아이프링(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의 ‘명상의 목적과 마음의 태도’ △윌리엄 보디포드(UCLA 교수)의 ‘간화선과 중세 일본의 자세검점(子細檢點)수행’ △코지마 타이잔스님(중국 무한대학 명예교수)의 ‘일본 선계의 현황과 전망’ △월암 스님(한산사 용성선원장)의 ‘한국불교 전통선원의 현황과 수행’ △시지루(포마나대학 교수)의 ‘부처를 염(念)하는 이는 누구인가?’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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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화선이란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주제발표에서 “각 불교 수행전통의 개별적인 연구는 많이 있지만 수행전통들 간의 비교연구나 불교 수행체계의 변천사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는 거의 행해지지 않는 실정이어서 오해와 편견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불교 수행체계의 변천사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위해 37보리분법 가운데 5근ㆍ5력과 간화선 수행의 3요체를 비교해 각 수행법의 특징과 공통점을 고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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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에서는 37보리분법이라는 이름으로 여러가지 형태의 도를 설명하고 있다. 사념처(念處)ㆍ4정단(正斷)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각지(覺支)ㆍ8정도(正道)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산 스님은 “초기경전에는 대부분 각 도품들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며 37단계의 차제를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도품마다 하나의 완성된 수행체계이다”며 “하나의 수행법만을 실천해도 해탈과 열반을 성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초기 불교시대에는 각각이 하나의 완전한 수행체계로 설해졌고, 수행자들 또한 자신의 성격이나 근기에 적합한 것을 선택해 수행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선의 본래성불의 입장을 강조해 간화선은 제거해야 될 번뇌가 따로 있어 선정과 지혜를 점차로 닦아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해탈돼 있는 본래 모습을 화두 의심의 타파를 드러내는 것이다. 미산 스님은 “하지만 간화선은 조사선과 달리 공안에서 비롯된 화두 의심을 타파하는 과정을 시설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3가지 실천 강령이 바로 큰 믿음, 큰 분심, 큰 의정(擬情)이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이러한 비교연구를 통해 각 수행법들의 상이점과 공통점을 알 수 있고 불교 수행법의 틀 안에서 서로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호 스님(동국대 교수)은 ‘화두의 내재적 구조 일고(一考)’의 주제발표에서 화두의 구조적인 면을 살폈다.
간화선 주창자인 대혜 선사(1089~1163)는 “화두 위에서 의심이 타파되면 1000가지 의심이든 만가지 의심이든 일시에 부서진다”고 말했다. 종호 스님은 “대부분의 간화 지침서들이 대부분 최상근기의 수행법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어떤 수행법보다도 ‘간명직절’한 것이 간화선이 가진 매력이자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하나의 화두와 그 타파로 일체를 해결하는 힘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살폈다. 첫 번째는 간화선이 가진 목표의 직접 지향성이다. 간화선은 도달하고자 하는 수행 목표와 참구하는 방법 모두 곧바로 깨달음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지향한다. 여타의 수행법에서 이야기하는 단계적 방법이나 과정, 획득되는 경지 등 점차적인 것은 일체 거론하지 않는다. 오직 화두 참구라는 하나의 방법으로 단 하나의 목표인 궁극의 깨달음을 향해 시종일관 나아간다. 종호 스님은 “이러한 목표의 직접성이야말로 간화선이 가진 두드러진 특징이자 한편으로 중국선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요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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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화두 자체가 이미 진법의 세계에 있다는 것이다. 화두는 타파해야할 대상이지만 본래면목, 본지풍광에서 보자면 그 역시 본래면목에서의 소출(所出)인 것이다.
세 번째는 화두가 갖고 있는 함축성이다. 하나의 화두에는 법계 만유의 일체가 함축되고 연결돼 있어 그 하나의 화두를 타파하면 온 법계 전체를 알게 되는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게 된다.
종호 스님은 “이른바 목표의 직접성과 자체의 진법적 성격, 그리고 법계 전체의 함축성 등이 화두에 깃든 내재적 구조이며, 간화선은 이에 의해 하나의 화두로 일체를 타파하고 일체를 요달해 구경의 깨달음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혜원 스님(동국대 교수)은 ‘선종에서의 수선의 전개와 간화선’을 주제로 발표했다. 스님은 “중국 선종사는 벽관(壁觀)의 선에서 시작해 간화선에 이르기까지 수선의 역사이며 돈오의 역사다”며 “수선의 목적은 신(信)에 대한 각증(覺證)이며 이 각증을 위해 저마다 선법을 제시하면서 각자 자신의 수선이 가장 효율적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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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은 달마선종의 정통성인 시(是)ㆍ비(非)로 인해 처음에 남북양종으로 분기됐고, 수선의 방법상에서 정(正)ㆍ사(邪)로 구분되면서 묵조선과 간화선으로 선법이 대치되기도 했다.
혜원 스님은 “이 같은 수선의 전개는 또한 여래청정선에서 조사선이라는 선관의 형태가 구분되고 분별되기에 이른다”며 “그러나 어떠한 선법이든 간에 궁극적인 목적은 신증(信證), 즉 돈오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