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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옛날 얘기 해주던 엄마처럼
보경 스님 '이야기 숲을 거닐다'


이야기 하다’는 ‘모방하다’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삶의 경험이나, 그것을 바탕으로 한 어떠한 윤곽을 사건으로 그려내 타인에게 제시하면서 ‘이야기 하다’가 탄생됐다. 결국 이야기는 개인적인 체험담에서 모두의 것이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닮아가기도 하고, 때론 인간사회를 황폐하게도 만들었다.

인간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물이다. 정확하게는 이야기 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존재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순간 이미 자신은 객관화 돼버리고, 이야기 속에 비쳐지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종교적으로 보면 사유고, 보편적으로는 성찰이 된다.

특히 종교는 ‘잘 들음’을 강조한다. 노장사상에서는 ‘비움’을 이야기한다. 저자인 보경 스님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보경 스님이 어린 시절, 노모는 항상 옛날이야기를 매일 밤 들려주셨다. 하지만 노모는 항상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라는 말을 했다. 어린 마음에 흥이 깰까, 이유도 묻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곧 이야기를 좋아해서 가난하게 산다는 의미가 결국, 마음의 가난을 말하는 것이며, 진정 마음이 가난한 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매사에 고집을 부리며 막다른 골목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사람은 몸을 돌릴 기회가 오지 않는다. 하지만 가난한 자는 삶의 여백이자 빛을 모을 빈 공간을 가졌다.

보경 스님의 글은 그런 가난한 마음에서 나온 아름다운 이야기다. 희·노·애·락의 네 가지 주제로, 각 문화의 우화·신화·민담·종교 등의 이야기를 곁들어 또 다른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이 이야기들은 인간과 동물, 동물과 자연, 동물과 동물과의 대화가 오가며 그 속에서 삶의 교훈을 펼친다. 한 마디로 ‘삶의 적절한 자세’ ‘지나치면 탈이 난다’는 암시를 준다.

삶이 부족한 사람은 일러줘도 알아듣지 못한다. 오히려 잔소리로 알아듣기 일쑤다. 보경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 매일 밤 동화책을 읽어 주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기도 같다.

이야기 숲을 거닐다|보경 스님 지음|민족사|1만 2000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8-16 오전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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