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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제? 아소카왕에게 해답 찾자
종교의 시대 제대로 사는 법, 백찬홍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우리가 사는 시대는 ‘종교의 시대’다. 법정 스님, 김수환 추기경의 추모 열기 바람은 실로 엄청났으며, 맑고 향기로운 인생의 목표와 방향은 종교가 제공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종교의 시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알고 보면 이슬람과 유대인을 학살한 무대의 배경이었다는 것. 한국에서는 ‘예수’로 시작되는 교회와 ‘그리스도’로 시작되는 교회가 치열한 싸움을 한다는 것. ‘민주화의 메카’였던 명동성당 등 천주교회가 지금은 강남과 분당의 중산층을 위한 종교가 된 사실 등.

책은 신이 있다, 없다 등의 갑론을박, 창조론, 진화론의 논쟁이나 교리를 둘러 싼 사변적 논의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우리 시대 종교의 속살을 31가지의 에피소드로 낱낱이 공개한다. 한국 종교를 넘어, 세계 종교의 겉과 속을 두루 살피게 해 진정 우리가 알고 넘어가야할 종교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독실한 개신교인인 저자는 불교, 개신교, 가톨릭, 이슬람교, 통일교 등 너나할 것 없이 종교판에 천라지망(天羅地網)같은 독설과 비판을 과감하게 던진다.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주요 종교와 종단의 비판에 거침이 없다.

저자는 개신교 외 불교, 가톨릭교인들과 폭넓은 교류를 통해 범종교인으로 활동을 해왔다. 인도, 중동, 티베트등을 여행하면서 힌두교, 이슬람교, 티베트불교와도 접했다. 특히 그는 주로 종교권력의 문제점과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춘 글들을 많이 써왔다. 특히 개신교의 패권적이고 물신적 경향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비판을 가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아소카왕의 다원주의적 행동이 현재 종교 간의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불교는 종교전쟁을 겪지 않은 유일한 종교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위대한 사상가-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라는 저서에서 “불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이교도 탄압, 종교 재판, 종교 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유일한 종교”라고 말했다.

불교가 북방불교, 남방불교, 티벳불교 등으로 나눠져 있고, 교리 상에도 차이를 나타내지만 기독교와 달리 종교 전쟁이 없는 것은 다른 종교에 비해 비폭력 사상과 다원주의 전통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다원주의의 대표적 인물이 바로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왕이다. 아소카왕은 현재 인도 동부 오리사 주에 위치하는 칼링가국과의 전투에서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반성으로 불교에 귀의했다.

아소카왕은 정통 불교를 세우기 위해 무력대신, ‘다르마를 통한 정복’으로 포교사를 통해 불교를 전파해 갔다. 물론 이단들을 교단에서 축출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물리적인 탄압을 하진 않았다. 브라만교·자이나교·아지비카 등 다른 종교들을 동시에 보호하며 불교를 전파하는데 힘썼다.

특히 아소카왕은 “누구나 자신의 종교만을 숭상하고 다른 종교를 저주해서는 안 된다. 다른 종교도 존경해야 한다. 자신의 종교를 포교하면서 다른 종교에도 봉사해야 한다 (생략)”라는 칙령을 새긴 돌기둥을 세워, 영토 전역에 자신의 입장을 알렸다.

이렇게 불교는 다원주의를 존중하며 현지 종교 또는 문화와 대결하기보다 융화하면서 성장해 왔다. 중국에서는 도교와 교류해 선불교를 만들어 내고, 한국에서는 토속 신앙을 받아들여 절 안의 산신각, 칠성각을 그대로 두고 있다. 또한 티베트의 전통 신앙인 본교와의 통합을 통해 라마교를, 일본에서는 정토종의 일파인 일련정종을 탄생시켰다.

이 밖에도 저자는 한국 개신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불교 정복인가? 단무지를 만든 일본의 선사가 검법가 미야모도 무사시의 스승이라는데!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예수를 만났을까? 조니워커 교황, 진정 교화와 세상을 변화시켰는가? 구약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가 천벌을 받은 이유가 동성애에 대한 신의 분노인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 기독교가 반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등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들로 현 종교의 현실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무게감을 덜기 위해 31가지의 이야기들을 가끔 영화, 스포츠, 미술 등의 이야기들과 섞어내기도 했다. 더불어 책 사이 종교안의 재미있고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백찬홍 지음|평사리|1만 3800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8-16 오전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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